[제 언] 왜 이제야 이런 기회를 주는 건가요?
[제 언] 왜 이제야 이런 기회를 주는 건가요?
  • 신 동 주 논산보호관찰소 책임관
  • 승인 2009.08.1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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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보호관찰소 개청 이래 보호관찰제도는 양적, 질적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재범방지 역할의 중심에 서 있는 수강명령제도는 유죄가 인정된 범죄자를 교도소 등의 수용시설에 구금하는 대신 자유로운 생활을 허용하면서 일정시간 보호관찰소에서 교육을 받도록 명하는 제도로 얼마 전 수강과 관련하여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일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대상자들로 북적이던 어느 날 오후 K씨(48)가 불만을 가득 품고 사무실로 들어와 앞으로 와서 앉더니 언성을 높이며 “내가 피해자인데 왜 가정폭력가해자 교육을 받아야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큰소리로 사무실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화가 조금은 풀리던지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사연은 “나는 아내와 불화로 별거 중인데 아내가 얼마 전 외간 남자와 만나는 걸 목격하고 흥분하여 말다툼 중 아내의 뺨을 한차례 살짝 때렸다”며 “화가 난 아내가 경찰서에 고소하여 불려가 조사를 받은 후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고 수강명령 신고를 하러 보호관찰소에 들어오니 화가 나고 억울해서 잠시 이성을 잃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낮은 목소리 임에도 얼굴 한구석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하였다.
한 달 뒤 수강명령을 받기위해 보호관찰소를 찾았을 때에도 불만스러운 표정은 그대로였다. 수강이 시작되어 질문을 하여도 소극적으로 답하였고 교육에도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수동적이던 K씨는 교육이 진행되며 같은 처지의 수강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서서히 깨달았고, 교육에 임하는 태도는 적극적으로 바뀌어 갔다.
마지막 회기인 ‘아내에게 쓰는 편지’ 발표 시간에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K씨는 수강명령 집행이 끝나고 사무실로 찾아와 내 손을 꼭 잡고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조금만 더 일찍 이런 교육의 기회가 있었다면 일이 여기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과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후회를 하고 지금부터라도 아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돌아갔다.
수강대상자가 사무실을 나간 뒤에도 왜 이제야 이런 교육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지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대상자의 모습은 한참동안 눈에 아롱거렸다.
누구나 가정을 이루고 살다 보면 한번쯤은 부부간에 다툼으로 인한 위기가 올수 있다. 하지만 위기를 맞았을 때 가족에 대한 굳은 사랑과 이해가 위기를 막는 방파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로 양보 없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높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하여 국가나 관련단체에서 가정 붕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실시하여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가정을 이루는 부부는 남편과 아버지로서, 아내와 어머니로서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에 충실하고 서로 사랑과 이해로 감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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