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계룡산국립공원에서 문화를 만나다
[제 언]계룡산국립공원에서 문화를 만나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계룡산사무소 팀장 황규태
  • 승인 2009.08.19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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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계룡산은 이른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주차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가득 차며, 입구는 큼직한 등산용 가방을 짊어진 사람들로 붐빈다. 산악회, 친구 등으로 구성된 무리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산속으로 사라진다.
계룡산의 인기는 한여름의 열기처럼 일 년 내내 식을 줄 모른다. 작년 한 해 동안 계룡산을 찾은 탐방객만 200만 명이다. 대전 시민 인구인 150만을 훌쩍 넘는 수이다.
이 많은 사람이 계룡산에 왜 왔을까? 동학사, 갑사 등 고찰을 방문하기 위하여 찾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가족, 연인끼리 가볍게 산책을 나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더러는 계룡산의 용하다는 점쟁이를 만나러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계룡산의 정상을 밟거나 여름 한철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한다. 연간 200만 명이 넘는 계룡산의 탐방객에 비해 탐방 형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산 정상과 계곡에 기형적으로 탐방객이 몰리면, 자연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반이 약한 탐방로는 사람의 발길에 의해 차츰 무너지며, 탐방객들이 놀고 간 계곡 주변의 수질은 쓰레기 등으로 인해 오염되기도 한다. 또한 까다로운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더 이상 등산과 여가 위주의 탐방 서비스로만 만족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단조로운 탐방 형태를 바꿀 수 없을까? 계룡산사무소에서는 탐방 서비스의 다양화를 위하여 작년부터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한마당’이라는 문화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2008년 계룡산의 국립공원 지정 40주년 기념하여 추진한 새로운 국립공원 탐방 서비스다. 공원 초입에서 탐방객을 대상으로 창작무용, 악기연주, 마술쇼 등의 문화공연을 무료로 제공하는 자연 속의 문화축제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작년처럼 지난 5월부터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계룡산 조각공원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공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의외로 뜨겁다.
일반인에게 계룡산은 관음봉, 삼불봉, 갑사계곡, 수통골계곡 등 산봉우리와 계곡 등으로 기억되는 점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계룡산 산중에서의 수준 높은 문화공연 서비스는 탐방객들의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신선했다.
도입 원년인 작년까지만 해도 계룡산의 문화공연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로 2회째를 맞게 되면서 탐방객들 사이에 입 소문이 돌아 문화공연을 관람하기 위하여 계룡산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정착됐다. 문화공연은 등산처럼 굳이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무소 입장에서는 탐방객을 저지대로 분산해 보전 가치가 높은 산 정상 부분의 훼손을 막을 수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처럼 문화공연은 저지대 탐방 서비스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탐방 서비스의 다양화를 위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 차원에서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국립공원별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국민에게 원시의 자연 속에서 관광, 휴양,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지역의 특색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생태관광 프로그램이다.
계룡산의 경우에는 ‘계룡산 도사되기’라는 기 체험 프로그램을 갑사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기체조, 단전훈련 등을 전문가의 지도 아래 체험할 수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자연과 함께 하려는 국민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립공원 역시 여기에 발맞춰 국민들에게 다양한 탐방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럴 때 계룡산의 선례와 같은 ‘국립공원과 문화의 만남’은 훌륭한 탐방 소스가 될 수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 그 자체로, 자연은 어떠한 문화행사와도 궁합이 잘 맞으며, 그 활용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계룡산에서의 작은 시도인 문화공연이 활성화되어 앞으로는 문화체험을 위해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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