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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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전파의 미학(2)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5.13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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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럿의 아가씨 “나는 이제 그림자를 보는 것에 지쳤어요”라며 뒤로 지루함을 표현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916 작품). 거울을 통해 바깥세상을 보고있는 아가씨는 지루할 만큼 자수를 수놓는 일에 병이 날 지경인 그녀는 ‘나는 그림자를 보는 것에 거의 지쳤어요(I am Half-Sick of Shadows)’라고 외치며 다리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의자에 기대면서 동경하듯 생각에 잠긴 여성스러운 모습이다.
라파엘 전파에는 가담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화풍으로 분류되는 화가로는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있다.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 1849-1917)는 로마에서 출생하였으나 영국인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한 후 1870년 왕립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신화 속의 인물과 키츠·테니슨의 시적 소재에 등장하는 희생적인 여인, 운명적이고 우아한 여성을 그림에 담았다.
그는 라파엘 전파로 분류되면서도 그에 속하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샬럿의 아가씨(1888), 에코와 나르시스(1896)는 라파엘 전파의 화풍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 가운데 중세주의와 사실주의를 가장 잘 표현한 주제는 여러 작가들이 그린 샬럿의 아가씨와 마리아나였다.
밀레의 유화 마리아나는 샬럿의 아가씨를 그린 워터하우스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채 인공의 침실에서 비단자수를 짜는 여인이 주제였다.
밀레의 유화 속에 나타난 스테인드 글라스 창은 마리아나가 생활세계로부터 격리되어 있다는 예고이며, 인위적인 동물과 꽃무늬가 그녀의 뒤로 보이는 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인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테니슨의 시에서 외부세계를 보는 아가씨의 시야는 그녀 뒤에 있는 원형의 거울에 비친 외부세계로 한정되어 있다.
테니슨의 시 샬럿의 아가씨는 밀레의 마라아나나 로제티의 마리보다 자연과 생활로부터 더욱 더 격리된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가씨는 외부세계를 보지만 그것은 실제의 열린 창과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법의 거울 속에 비친 현실의 그림자만 볼 수 있다.
그녀에게 내린 저주 때문에 현실세계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여인의 사랑과 유폐는 가공의 샬럿의 아가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와 시드니 메티야드(Sydney Harold Meteyard, 1868-1947) 같은 예술가들은 보통 시를 통해서 나타나는 여인의 사랑에 대한 욕구를 강조하려 하였다.
워터하우스의 유화 샬럿의 아가씨-나는 그림자에 거의 지쳤어요(I am Half-Sick of Shadows)에서 샬럿의 아가씨는 삶과 사랑을 경험한 공유하려는 욕망을 가진 여인이며, 그녀의 거울을 통해 젊은 여인들이 지금 막 한 결혼을 보게된다.
워터하우스의 샬럿의 아가씨는 자신의 방에서 뒤로 물러나 동경하는 듯한 여성다운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성에 갇힌 여인의 에로틱한 호소는 몇 시간 동안이나 지루하게 자수를 짜서 나타난 근육경련을 없애기 위해 뒤로 젖힌 모습으로 다가온다.
워터하우스의 그림에서 아가씨는 아직 운명을 맞고 있지는 않다.
그녀는 거울 속에서 본 젊은 여인을 생각하면서 단지 자신의 삶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의식할 뿐이다.
젊은 여인, 강, 거울 속에 비친 카멜럿 성은 아가씨의 의식으로부터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그림자로 그녀는 거의 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림자를 보는 것에 지쳐 병이 난 상태는 아가씨가 세상을 등지고 존재하는 것과 섬, 강, 카멜럿 성, 그리고 섬과 카멜럿 성을 연결하는 다리의 관점을 제공하는 그림 속의 공간에 의해 개방된 외부세계와 갈등을 높여준다.

서규석 박사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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