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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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전파의 미학(3)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5.14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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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이글리가 1858년에 그린 샬럿의 아가씨. 등뒤의 거울에 란슬럿 기사의 모습이 보인다.
시드니 메티야드의 그림도 같은 주제를 갖고 있다.
‘나는 그림자에 거의 지쳤어요(I am Half-Sick of Shadows)’이것은 워터하우스와는 완전히 다른 샬럿의 아가씨다.
메티야드는 성적 욕구를 암시하듯 반쯤 누운 모습, 직물자수, 평면거울 뒤로 비좁고 답답한 공간에 아가씨를 가둬놓고 육감적인 아가씨로 묘사했다. 그리고 푸른 색조를 우아하게 사용했다.
자수로 짠 베개에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머리는 관찰자로부터 다른 방향으로 돌려 있는, 그야말로 샬럿의 아가씨는 에로틱한 몽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녀의 자수는 란슬럿 기사의 그림을 품고 있으나 그녀는 아직 그를 보지 못했다.
뒤에 있는 마법의 거울에는 푸르고 회색 빛이 감도는데, 젊은 여인이 환영으로 나타나는 수정구슬이 놓여 있고, 이것은 란슬럿과 그녀 사이를 연결하는 상상의 다리다.
거울은 거울이 비추어야 할 현실세계를 반영하지 못한다.
사실 메티야드는 거울에서 외부세계와 자연세계를 구분하지 못했고, 거울의 원래 의미와 기능을 뒤집어버렸다.
이 때문에 그림은 샬럿의 아가씨의 생각이 되어버린 것으로 표현하였다.
이에 비해 엘리자베스 시달은 회색성벽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묘사하였다.
엘리자베스 리지 시달은 로제티와의 오랜 연애와 불행한 결혼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류화가로서 자신이 그린 샬럿의 아가씨는 사랑하다 죽은 여인의 부정적인 측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즉 아가씨는 방에 앉아 어깨너머 잘라진 직물, 부서진 거울로 외부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거울이 성벽너머로 나타나는 란슬럿 기사를 비추는 것이 아니라 워터하우스 작품과 마찬가지로 내부세계는 여성, 외부세계는 남성을 규정한다.
시달의 아가씨 묘사는 워터하우스의 육감적인 것과 대조적으로 간소한 방, 꾸밈없는 나무 거실로 만들었다.
워터하우스와 윌리엄 이글리(William Maw Egley, 1826-1916)가 그린 ‘샬럿의 아가씨’는 은둔하고 있는 그녀의 호화로운 궁전에서 스스로 만족하며 자수를 수놓는 공주로 묘사하였다.
워터하우스가 낭만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으로 그렸다면 이글리 또한 아가씨를 사치스럽게 묘사했다.
이글리의 그림은 테니슨의 시적인 표현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호화롭게 치장된 방안에서 나온 샬럿의 아가씨가 자신이 짠 자수 위에 걸린 거울을 통해서 란슬럿 기사를 보고 있다.
뒤에 있는 커다란 창문은 로맨틱한 풍경을 보여주고 알 수 없는 세계로 흐르는 강물은 우수에 젖어 생각에 잠기는 아가씨를 나타낸다.

서규석 박사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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