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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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와 엿보기 미학의 후기
  • 충남일보
  • 승인 2007.05.1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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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원고에 관심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에로스와 엿보기 신화를 문명의 틀 속에서 생각하면서 연재를 끝마치려고 한다.
엿보기 신화의 주제인 성은 요즈음에는 한 마디로 진부한 단어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화된 성 담론은 문화, 일상, 기억, 테크놀러지 등과 더불어 현재 가장 회자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진부한 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대 이후 권력의 중요한 통치 수단이었고, 최근에는 주체성, 노출과 관음증 등을 둘러싼 논의나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성’. 그것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또한 성의 전쟁만큼 인류역사에서 긴 전쟁도 없었다. 성은 그만큼 인간 권력과 결부되어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주제였다.
이를 대표하는 학자는 미셸 푸코였다. 푸코에 의하면 성은 일찍부터 서구사회에서 인간이해의 중심적 관건이었다.
푸코는 성이라는 용어가 인간의 본질이라는 추상적 의미와 구체적인 행위를 함께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그의 저작 ‘성의 역사’에서 통제와 조절의 사회사를 밝혀내고 있다.
그는 쾌락과 권력의 관계를 현대인의 억눌린 욕망을 다루는 예술 전반에 있어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와 이것을 검열하는 권력 사이의 헤게모니를 읽어내는 하나의 지침으로 보았다.
인간의 기본 욕망을 다루는 쾌락과 권력은 서로 무효화시키거나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게 아니다.
그들은 서로 찾고, 서로 중복되고, 서로를 강압한다.
그들은 자극과 격려의 복잡한 메커니즘과 장치를 통해 상호 연결된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성은 단지 성차별 뿐 아니라 계급과 인종의 문제와도 관련된다.
즉 성을 하나의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 놓는다면 성에는 성행위를 기점으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사회적 관계, 즉 결혼, 임신, 포르노그래피, 이성애, 동성애 등 등 수많은 사회 현상을 포함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이드 역시 에로스와 문명을 중심으로 인간이 가진 딜레마를 설명해보려고 하였다.
에로스와 문명은 서로 적이지만,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프로이드가 보기에 인간의 무의식을 잘 드러낸 장면은 외디푸스 콤플렉스였다.
인간이 지닌 무의식과 비극의 정점인 외디푸스 살해는 문명이 발달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는 ‘토템과 터부’, ‘문명화된 성과 현대의 신경증’에서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 본능은 없어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변화된다고 판단했다.
프로이드는 심리불안으로 몰려드는 자신의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문명이 발전한다 해서 인간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법하다.
밥 먹고 출퇴근하고 잠자는 일상생활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근원적인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찾아내려고 했다.
그는 심리분석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했고,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 본능이 사회적 금기로 억압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꿈으로, 성으로, 예술로, 문명으로 승화된다. 그래서 에로스와 문명은 서로 대척점이면서도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인간이 촘촘하게 짜여진 사회적 억압에 복종시키는 방법은 문화를 통해서 죄의식을 조장하고 감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억압과 대항하여 강한 에로스를 통해서 강한 억압에 대항할 수 있다.
‘억압 없는 문명’이 있다면 그것은 ‘억압 없는 리비도의 발전’속에서 가능해지는데, 그게 바로 정신의 힘, 쉽게 말해서 상상력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지금껏 살펴본 에로스는 우리 주변에, 신화 속에서 시와 고전문학 속에서 다양하게 침투하며 일상생활에 있을 법한 일들에 문화의 옷을 입혀주었다.
에로스가 사적인 영역이면서도 공적인 신화의 영역으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문학자, 화가, 시인들의 덧칠하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서규석 박사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 서규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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