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세종시 문제 당쟁 폐해의 산물인가? (鷺窺魚事)
[忠 日 時 論] 세종시 문제 당쟁 폐해의 산물인가? (鷺窺魚事)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9.10.27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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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 서 있는 백로야! 무슨 일로 서 있느냐?(溪邊鷺立何事) 무심하게 노니는 저 고기를 엿보아서 무얼 하려느냐?(魚自心底事窺)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다 같이 한 물에 살고 있는 처지이니 아예 잊어버리고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旣是一樣水中物 相忘也宜)
조선시대의 한학사대가(漢學四大家) 가운데 한 사람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시조로 이 시조는 당시 고질적인 당쟁의 폐해로 어지러워진 사회상을 엿보게 한다.
신흠(申欽)은 대북파(大北派)와 소북파(小北派) 간을 백로와 물고기의 관계에 비유해 이미지의 대조를 보이면서 평화를 인간의 근원으로 보고 이런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사회풍습을 불식해 같은 겨례로서 화목하게 살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싸움을 걸어오는 악의 대표 격인 해오라기와 싸울 생각조차 없는 물고기를 대조시켜 약육강식만을 앞세우는 세도가와 맞설 만한 아무런 힘도 갖추지 못한 자를 비유로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모두 한 물, 한 조정, 한 나라에 산다는 비유를 통해 당시의 악폐(惡弊)인 당쟁을 꾸짖고 서로간의 반목질시(反目嫉猜)의 옳지 못함을 경계하는 뜻이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
노규어사(鷺窺魚事)는 노(鷺)는 백로(白鷺) 곧 해오라기를 가리키는 말로 해오라기가 아무런 사심 없이 평화롭게 노니는 물고기를 엿본다는 말로 힘을 가진 자가 힘없고 약한 자를 일도양단(一刀兩斷)하기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음을 뜻한다.
금년 들어 이 나라 정치사의 한 화두로 작용하고 있는 세종시 문제로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갖가지의 수를 내놓으며 연일 정국을 뜨겁게 만들고 있다.
정말 충청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아님 그렇게 홀대해도 무관하다는 판단이 일부 연기군의 자치단체장이 단식에 돌입한지 이레를 맞으며 그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저들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한 여성 정치지도자의 원안에 플러스알파를 더 해야 한다는 일성에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지난 정권에서 여야의 합의로 이루어진 사안을 이 정권이 뒤집으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아무런 사심 없이 싸울 생각조차 없는 평화롭게 노니는 물고기 같은 충청을 넘보며 싸움을 걸어오는 해오라기 처럼 약육강식만을 앞세우는 이 정권의 횡포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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