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선거와 세종시문제는 무관하다
[데스크 칼럼]선거와 세종시문제는 무관하다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09.10.2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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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정과 혹세무민의 정치를 한마디로 가학을 즐기는 인류의 잔인한 본질로 언급한 풍자가 있다.
한국사회가 정치에 휘둘리는 역사를 지속해 오면서 정치가 곧 국운을 결정하는 습성이 토착화되면서 이같은 정치세계를 움직이는 위정자들과 주변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백성이 힘들어 했던 오랜 아픈 과거가 있다.
지금도 충청권에는 해묵은 논쟁거리가 급부상해 이를 두고 정치의 도구로 휘둘리고 있다.
세종시가 그것인 바 이는 제2수도론을 기치로 내걸며 수도권에 집중된 모든 기능을 전국으로 분산하려는 획기적인 발상에 의해 출발한 정책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정권유지에 있었던 만큼 정권차원의 본질보다 중요한 국가의 미래비전과 국민의 안위따위는 차순위로 밀린 발상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요즘 떠드는 노선을 달리한 다른 정권의 득세로 세종시가 휘둘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지금 정권은 과거이래 수도권과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모토로 출발한 정권이다.
사회가 바뀌고 세계 정세가 요동쳐도 그들의 기득에 대한 집착은 그 어느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그런 토착증상이 정권과 물려 우리사회의 오랜 고질적 문제를 만들어 왔으며 이것이 곧 지금 세종시를 보는 그들의 바뀌지 않는 뜻이다.
오랜 토착세력의 정권확보와 이를 통한 그들의 기득유지 노력을 보면 요즘같은 민주화되었다는 세상에 어찌보면 참으로 눈물겨운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전제한 바 세종시 문제는 결국 기득세력과 진보세력, 가진자들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자들의 전장이 돼 있다. 당장 이번 선거만 보더라도 그렇다.
충청권과 수도권에서의 당락을 두고 여당은 패했으며 야당이 승리했다고 표현한다. 특히나 세종시와 연계한 충북에서의 선거결과와 직접적인 수도권에서의 여론결과를 반영한다 하여 여당과 정부가 추진중인 수정추진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예단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본질을 들여다 보면 이번 보궐선거는 단지 하나의 현상일 뿐 그들 세력이 주장하는 본래의 취지와는 별반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여진다.
왜냐하면 손에 쥔 기득권을 그냥 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한다는 수정움직임은 앞으로도 눈물겹도록 추진될 것은 자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그 어떤 것도 아니다. 단지 이겼으니 앞으로는 어떨 것이라는 궤변에 불과하다.
반대로 표현한다면 충청권의 주민들의 대응에 이번 선거결과가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이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질 것이 없다는 뜻이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 기슭을 지나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울며 슬퍼하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그 부인은 대답하길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게 죽음을 당하였고 저의 남편 또한 호랑이에게 변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아들마저 호랑이게 목숨을 잃게 되었답니다라고 하였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그 부인은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無苛政) 라고 짧게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듣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하였다.
춘추 말엽 노(魯)나라의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으로 고통받던 백성들은 차라리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쪽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가정(苛政)이란 번거롭고 잔혹한 정치를 뜻한다. 잔혹한 정치, 무거운 세금이나 노역은 결국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과거 유신정권이 막을 내리며 화려한 등장을 했던 전두환 정권의 데뷔전은 잘 알려진 5·18항쟁이다. 과거 조선 말기 250년을 지배했던 노론도 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왕을 독살하고 갈아치우는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
그글이 악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기득의 마력은 강하다는 뜻이다. 권력으로 맛들인 집단이 곧 정치세계다. 이런 점에서 충청민들의 삭발과 단식항쟁은 그 맛에 비하면 맛도 아니다.
그러니 세종시를 두고 이것이 어떠하니 또 저렇게 하게 될 것이라는 말들은 삼가해야 한다.
가혹한 정치는 비단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또 옛날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 정치가 가학을 즐기는 모습으로 투영되는 한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은 민의가 곧 정치의 본분이라는 허울좋은 말들에 대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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