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포개 놓은 듯한 위기
알을 포개 놓은 듯한 위기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5.22 1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을 포개 놓은 듯한 위기를 누란지위(累卵之危)라 해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하거나 회사가 도산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하며 사기 범수채택열전(范誰蔡澤列傳)에서 볼 수 있다.
전국시대 때, 제후들을 설득해 자신의 정견(政見)을 실현하려는 무리들이 나왔는데 이들을 종횡가(縱橫家)라 하며 범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처음에 그는 위나라 대부인 수가(須賈)에게 벼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수가는 위나라의 사절로 제나라를 가게 되었는데 이때 범수도 수행하게 됐다. 그런데 교섭을 하는 도중에 그는 갑자기 위나라의 비밀을 제나라에 누설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범수를 시기하고 있던 수가는 귀국하자마자 재상 위제(魏齊)에게 고해 바쳤다.
위제는 화가 치밀어 사람을 시켜 호되게 매질을 해 범수가 죽은 듯이 누워있자 가마니에 감아 변소에 던져놓고 오줌을 뿌렸다. 나중에 범수는 틈을 보아 도망을 쳐서 정안평(鄭安平)이라는 사람에게 몸을 의탁했다. 그리고는 이름을 장록(張祿)으로 바꾸고 호시탐탐 위나라를 탈출할 기회를 노렸다.
때마침 위나라에 온 진나라 사자 왕계(王稽)가 인재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정안평은 그에게 범수를 추천했다. 위나라 장록 선생은 천하에 뛰어난 변사(辯士)로 진나라의 정치를 알을 포개 놓은 것처럼 위태로우나 나를 신하로 쓰면 안전할 것이지만 이것을 글로써 전할 수는 없다고 평하고 있다. 이에 왕계는 범수를 신하로 맞아들여 진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펼치는 각종 시책은 대의 적인 명분으로 볼 때 상당한 이유와 타당성으로 실행되고 있으나 정작 본래의 취지와는 상반돼 실행 과정에서 퇴색되거나 괘도를 이탈해 알을 포개 놓은 듯한 위기를 맞게 됨을 볼 수 있다.
특히 민선 시대에 들어 일명 표를 먹고산다는 단체장들이 내어놓은 시책이 특정 집단이나 특정인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더욱이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인식할 시기에는 이미 상당부분 시책이 진행되거나 종료를 앞두고 밝혀지고 있어 후회를 하고 되돌리려해도 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단체장은 자신이 내놓고 실행되는 시책에 대해서는 일일이 한번 더 점검하고 확인해 정확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고 꼼꼼히 직접 점검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러나 실무자에게만 의존하고 결과만 보고 받는다면 실무자의 선에서 단체장의 의지나 의중과는 거리가 멀게 될 수 있고 따라서 회복이 불가능한 실정한 치자로 표심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 자신만이 아닌 전 시민을 알을 포개 놓은 듯한 위기로 몰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파경으로 치닫기 전에 원인을 규명해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