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학교폭력에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확대경] 학교폭력에 근본적 대안이 필요하다
  • 박해용 기자
  • 승인 2007.05.27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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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이면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장기적으로 이런 구조를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학교폭력에서 자녀들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학교폭력은 말 그대로 사회의 폭력성이 학생들을 통해 표출되는 현상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온통 입시공부에만 몰려 갈수록 적어지는 특별활동과 개발활동 시간으로 파생되는 끼와 젊음을 발산할 통로가 봉쇄된 것이 지금의 현주소다.
또 경제 양극화로 가정 파탄과 가족 유대감의 상실, 학교에서 사회에 이르기까지 건전한 청소년 놀이문화의 부재, 조폭과 폭력을 미화하는 퇴폐적 미디어 영상의 범람 등의 환경은 우리 자녀들이 어디 한군데 몸과 마음을 붙일 곳이 없게 만드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자녀들이 학습노동에서 소외와 삶의 무의미를 함께 느끼지만 도대체 탈출구가 없는 것이다. 요즘 미디어에 보도되는 학교폭력을 보면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집으로 피해 학생을 데리고 와 “왜 너만 선생님한테 예쁨 받느냐”며 몇 시간 동안 구타를 한 뒤 피해 학생에게 끔찍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낸 사례가 있었다.
또 어느 중학생들은 후배의 여자친구를 사귀자고 했다는 이유로 피해 학생을 밤 10시에 불러내 무려 4시간동안 집단 구타한 뒤 인근 야산에 머리만 내놓은 채 땅 속에 파묻어 버리는 등 학교폭력이 잔인성마저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후배에게 성매매나 원조교제를 강요해 자신의 용돈을 마련하거나 아파트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시켜 금품을 강요하고, 급우에게 3년간 300만원의 금품을 갈취하는 등 폭력의 형태도 다양해 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우려하는 연구자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요즘 학교폭력은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보다는 초등학생 피해자가 많아지는 소위 저연령화 되고 있으며 수법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나이로는 도저히 상상을 뛰어넘어 성인 폭력조직의 수법을 뺨치는 흉포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 학교가 성인 폭력조직에로의 재생산 통로로 보이는 연계화·조직화·집단화, 단순한 폭력이나 금품 갈취가 아니라 언어폭력·사이버 폭력·성폭행·집단 따돌림과 괴롭힘 등 각양각태의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폭력에 대해 신고에 대비해 동영상을 찍은 뒤 피해 학생을 위협하여 심리적으로 옭아매는 등 고도로 지능화까지 되고 있다.
현재 학교폭력 예방·대책법에 의해 각 단위학교별로 학교장이 위원장인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가 존재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으로부터의 문책을 두려워하거나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알량한 논리로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신고에도 적당히 넘어가거나 무마하는 등 대책은 형식적이기만 하다.
이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학교폭력의 잠재적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 동생이나 자식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없애 나가는데 진지한 관심과 열정을 쏟을 때 더 나은 교육,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기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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