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선, 훈수보다 비전으로 승부해야
[데스크 칼럼] 대선, 훈수보다 비전으로 승부해야
  • 한내국 기자
  • 승인 2007.06.03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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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에 연일 여권 대선 예비주자와 유력 정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혁규 전 경남지사, 정동영 전 의장,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박상천 민주당 대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김 전 대통령을 찾아 정치적 가르침을 받았다.
이들의 방문이 단순히 정치 지도자 예우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란 점에서 국민들의 눈길이 그리 곱지 만은 않다.
이들이 김 전 대통령을 찾는 이유엔 공통점이 있다. 호남권에 미치는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빌려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치인들이 홀로 서지 못하고 스스로 지역주의의 굴레에 빠져 들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김 전 대통령도 덕담이나 조언의 수준을 넘어 발언의 수위를 높여 왔다. 지난 정동영 전 의장을 만난 자리에선 “범여권 단일 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안 되면 연합체라도 구성해야 한다며 사생결단을 해서라도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에 대해선 “쏠림이 아니라 혼자서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의 진의를 떠나 갖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으며 훈수정치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이 김 전 대통령의 훈수정치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평생 정치적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국가 원로로서 점잖지 않는 용어를 써가며 비판하고 나서면서 전직 대통령들이 마치 정치 전면에 나서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정치활동을 하는데 법적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민주국가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경륜과 철학을 바탕으로 주요 사안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주의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전직 대통령의 현실 정치 관여는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려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임한 대통령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전직 대통령의 훈수정치도 문제지만,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이용해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행태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지역주의가 선거에 작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홀로 서지 못하는 정치인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 전직 대통령의 훈수를 받기 전에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다져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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