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 세종시 국민투표의 부당성
[金寅鐵 칼럼] 세종시 국민투표의 부당성
  • 김인철 국장
  • 승인 2010.03.0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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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관련 국민투표 논란이 청와대의 한발 물러서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형국이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논쟁거리가 될 수 있기에 국민투표의 부당성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국민투표 대상이 되는지도 문제지만,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의 근본적 문제와 정치 여건을 보았을 때도 적절치 못하다.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세종시 문제를 넘어서 친정부와 반정부의 대립으로 전개될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망각되고 대통령 신임을 묻는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여야당은 대통령 선거처럼 당의 운명을 걸고 달려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반대표가 많을 경우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와 권위 부재도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의 한계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지난 15대 대선을 생각해 보자.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선거법 하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었다. 만일 과반수 득표제를 채택했다면 1, 2위 득표 후보를 놓고 재투표를 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과 경남에서 30%를 득표한 이인제 후보가 탈락했을 것이고, 재투표는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를 대상으로 치러야 한다. 이인제 후보를 지지했던 영남 표는 대부분 이회창 후보에게로 갔을 것이다. 과반수 득표제는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또 다른 투표방식으로 고대 아테네에서 사용했던 도편추방제를 생각해 보자.
시민들이 체제에 위험한 인물을 적어내서 아테네에서 쫓아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채택한다면 가장 싫어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게 되고 가장 적은 득표를 한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하게 된다. 이러한 선거방식을 상상해 보면 아마 호남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영남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가장 많은 득표를 하게 되고 가장 낮은 득표를 한 이인제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일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선호가 바뀌지 않아도 어떤 결정방식을 택하는가에 따라 집단의 최종 의사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다. 그만큼 투표는 집단의사를 결정하는 데 불완전한 것이다.
세종시 국민투표도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호를 자칫 왜곡하기 쉽다. 국민투표는 찬반만을 물을 수 있다.
대통령이 제안한 세종시 해법을 대상으로 국민 투표를 하고 만일 반대가 많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단순히 국민 다수가 원안을 찬성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국민투표는 타협의 여지나대안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뽑았을 때 그 대표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의 대표가 아니라 전체의 대표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선거가 끝난 후 국민들은 통합을 기대하고 당선자의 정통성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세종시의 경우 적은 표차로 결론이 난다면 결코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순순히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투표를 통해 갈등이 봉합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투표에서는 모든 유권자들의 표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세종시 관련 당사자들의 선호 강도가 다른 지역의 유권자들과 같다고 취급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세종시는 본질적으로 국가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소위 당사자들의 입장이 좀 더 고려되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의 합의는 고사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을 앞세워 무조건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것은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도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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