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흥동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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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고행의 길 문화예술 (73) 금도장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6.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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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를 통하여 알아본 저쪽 신랑쪽의 요구사항이 워낙 많았다. 그야말로 방송 신문에서나 회자되는 호화혼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솔직히 사윗감으로는 욕심나는 대상이었다.
금선로 여사는 딸 보라의 혼수 문제로 혼란과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웃집 명숙이 엄마도, 동네 스타 미용실의 미진네도 까짓거 해준라고 등을 떠민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이잖아!”
“남들도 다 하는데……!”
금선로 여사는 이름 그대로 가정생활이나 사회활동에서도 검소하고 알뜰한 여성으로 지역에서 소문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현재 대전광역시의 주부클럽연합회 자부장과 알뜰 소비자고발센터 소장직도 겸직하고 있다. 그런 탓에 그는 딸 보라의 혼수에 대하여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보라 만큼은 보라는 듯이 검소하고 알뜰하게 혼수를 마련하여 시집을 보내어 동네에 모범을 몸소 실천하려 했는데. 이를 어쩌나. 이를 어찌하나 ……”
지난 달.
딸 ‘보라’의 약혼을 앞두고 있던 금선로 여사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사돈 될 댁의 요구가 지나치다 싶었지만 단 하나뿐인 보라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꾸욱 참았다.
약혼식 장소는 그쪽에서 원한대로 유성의 ‘S호텔의 가장 큰 방’으로 잡았다.
하객들에게 대접할 음식도 최고급으로 준비했다. 예비신랑의 팔목에 롤렉스 시계를 채워 준 것은 물론이다.
사돈 될 댁은 예비신부가 어떤 색의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지. 그 드레스는 어디서 맞춰야 하는지도 세세히 그쪽에서 정해 주었다. 심지어 예물을 넣을 함까지 특정 호텔의 지하상가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지정할 정도였다.
드디어 약혼식 전날.
“금도장을 마련했습니까?”
하는 사돈댁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때까지도 금도장이란 게 있는지 조차 몰랐던 알뜰 여사는 황당했다. 하지만 어쩌랴. 다 되어 가는 판국이었다.
“ …… 어디를 가야 구입 하나요?”
“둔산동 T 백화점 보석상에 가면 살 수 있습니다”
통보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는 끊겼다.
약혼식 당일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금 한 냥짜리 ‘금도장’을 구입했다. 알뜰 여사는 혼자서 말했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 내가 이 정도 일 때문에 우리 고명딸의 신세를 망칠 수는 없지!”
하고 또 한번 이를 악물고 참았다.
그러나 이미 사돈간에는 인간적인 실망과 신뢰에 금이 간 상태였다.
딸 보라도 ‘마마보이’인 예비신랑이 부모에게 끌려 다니는데 지쳤다고 하소연 했다.
그리고 약혼식을 치른 후 두 달이 지났다. 어느 날 보라가 헬쓱한 얼굴로 알뜰 여사 앞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엄마, 나 이 결혼 죽어도 못하겠어요”
“뭐야? 얘 좀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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