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내 비밀조직의 실체가 경악스럽다
[사설]정부내 비밀조직의 실체가 경악스럽다
  • 충남일보
  • 승인 2010.07.0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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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회’라는 조직 하나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공식 권력기관이 아닌 비선 조직에서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에 온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의문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느냐는 것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영포회(영일, 포항)라는 사조직이 움직이고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국무총리실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 조차 받지 않았다고 말해 그 파장을 더하고 있다.
이제야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사찰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얘기나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만약 위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명박 정부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전두환 시절 군에 있던 전두환 사조직 ‘하나회’가 부활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정부 내 시각과 정치권의 시각이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부터가 개선돼야 한다. 치부를 당연히 가려야 하는 입장이라도 그들의 존재이유가 국민인 이상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속성을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의 실체다. 공조직이 비밀리에 운영된다는 것인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2008년 7월 드러나지 않은 상부의 지시로 조직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부르는 별칭이 ‘관가의 암행어사’라고도 불리고 이들을 가리켜 ‘저승사자’라고도 불린다는 게 이번 사건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이들은 조직이 구성된 지 2년 됐지만 ‘저승사자’들의 실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민간인 김종익 씨의 불법 사찰로 이름이 드러난 이인규(2급)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4급) 서기관, 김충곤(별정직 5급) 점검1팀장, 원충연(5급) 사무관 등이 밝혀진 명단의 전부다.
불법 민간인 사찰로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도 국가의 녹을 받아먹는 공무원들이 개인정보 보호나 점검 업무의 공정한 수행(총리실 답변) 등을 이유로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저승사자 조직은 지원받은 인력의 구성을 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총리실 9명 외에 행안부 2명, 국방부 1명, 농림부 1명, 환경부 2명, 노동부 2명, 국토부 1명, 교육부 1명, 지식경제부 1명, 검찰 1명, 경찰 11명, 해경 1명, 공정위 1명, 국세청 3명, 금감원 2명, 관세청 1명, 중기청 1명, 서울시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총리실 직원은 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33명은 정부 내 타 부처에서 파견 형식으로 지원받은 인력이다.
눈에 띄는 것은 파견인력 중 경찰(11명)이 가장 많고 전체의 1/4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불법 민간인 사찰을 주도한 김충곤 팀장의 경우, 총경으로 경찰복을 벗은 뒤 총리실에 특채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핵심 인력은 경찰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 외에도 검찰과 해경,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수사나 조사 업무를 담당한 요원들이 주를 이룬다. YS시절 ‘사직동팀’을 능가하는 통합수사 조직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이번 행위를 통해 그러나 그들이 불법을 자행한 점이 드러난 이상 이들 조직을 포함해 유사조직 등에 대해서도 실체가 낱낱이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 또 이들이 그동안 행해왔던 조사기록을 통해 피해를 받은 사례가 있다면 이들 또한 실체가 모두 규명돼야 한다.
정부 측은 그러나 이번 조직이 행해왔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문제 중의 문제다.
국가권력은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업무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그 결과는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생산한 기록을 후대에게 올바르게 전승하기 위해 기록관리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기록전문요원에게 이 업무를 맡기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되어 온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기록물관리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최근 이런 상식에 가까운 일들을 뒤엎어 버리는 법안(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겉으론 효율을 강조하고 스스로에는 비효율로 똘똘 뭉친 정부의 두 얼굴이 이번 사건을 통해 얼마나 국민들의 가슴을 놀라게 하고 있는지 정권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집단들이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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