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 비정규직법안 올바로 이해하자면
[제언] 비정규직법안 올바로 이해하자면
  •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장 조건휘
  • 승인 2007.06.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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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7년 말의 외환위기 상황 이후 많은 기업이 해고의 용이성, 비용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급격히 늘렸는데 2006년 8월말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근로자(1535만명)의 35.5%인 546만명에 이르고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62.8% 수준에 그치는 등 차별과 남용이 사회문제화 되었고 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같은 차별·남용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소위 비정규직법이 제정 및 개정되었고 지난 6월 12일에는 하위규정인 시행령, 시행규칙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다양한 사전 연구와 검토, 노사정 협의과정을 거쳐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법 내용에 대해 노사간 커다란 견해 차이를 나타내고 있고 더욱더 문제되는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501명) 및 기업인사노무담당자(300명)을 대상으로 (주)한국리서치에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 인사노무담당자조차도 상당수가 비정규직법의 내용에 대하여 알지 못하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좋다고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급속한 기술변화ㆍ산업구조 고도화ㆍ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구조조정을 일상화하고 핵심업무를 제외한 부가업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또는 아웃소싱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기술의 변화속도가 빠른 IT산업 등에서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활용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원ㆍ하청 기업간의 불공정한 구조도 비정규직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비정규직 증가는 경제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산업화시대의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이나 정규직 근로자 중심의 노동정책으로는 비정규직 해결이 난망한 상황인 것이다.
해고의 유연성이 보장된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노동조합 등에 의하여 노동시장이 과도하게 경직되어 있는 대기업 부문의 유연화는 필요할지 모르나 전체 비정규직의 67.1%(비자발적 비정규직의 81.2%)가 근로자수 30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고용안정성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호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적절한 안정성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고용금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대안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의 고용을 법으로 아예 금지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한 자유방임이 대안이 아닌 것처럼 무조건 이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결코 대안이 아닌 것이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형태의 다양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급속한 기술변화ㆍ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비정규직도 하나의 자연스러운 고용형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 비정규직 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사람이 51.5%나 차지하고 있고 이들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90%에 육박하고 있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와 같이 비정규직을 소외받는 계층으로 인식하고 축소시키는 정책보다는 차별 해소 및 합리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제도의 정비 이외에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과 고용서비스 강화를 통한 정규직으로의 이동 통로를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요구된다.
아울러, 정규직 노조의 임금 동결이라는 대승적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 낸 우리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노사가 적극 참여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적극적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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