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이 너무 많아 양을 잃어버렸다
갈림길이 너무 많아 양을 잃어버렸다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2.13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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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양을 잃어버렸다는 고사에 다기망양(多岐亡羊)이란 말이 열자 설부편에 나온다. 이 말은 지엽적이고 단편적인데 집착하다가 본뜻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어느 날 양자(楊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어버리고 양을 쫓아가려고 사람들을 모았는데 양자의 종복까지 청했다. 이에 양자가 “양 한 마리를 잃었는데 쫓아가는 사람은 왜 이리 많은가”하고 질문하자 그는 “갈림길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한참 후에 양을 쫓아간 이웃 사람이 돌아오자 양자가 물었다 “양은 잡았는가?”, “못 찾았습니다”, “왜 못 찾았는가?” “갈림길 속에 또 갈림길이 있어 도저히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양자는 울적한 얼굴로 하루종일 말도 않고 웃지도 않았다.
양자의 모습을 본 제자들이 이상히 여겨 “양은 대단치 않은 가축이며 더구나 선생님 소유도 아닌데 어째서 말씀도안하고 웃지도 않으시는 겁니까?” 그래도 양자는 아무런 말이 없자 제자인 맹손양(孟孫陽)이 이 이야기를 선배인 심도자(心都子)에게 말했고 심도자는 맹손양과 함께 양자를 찾아와 물었다.
“옛날 3형제가 있었는데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에 유학해 같은 선생 밑에서 인의를 배워 돌아왔습니다. 3형제의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인의가 무엇인지 물으니 맏아들은 ‘내 몸을 소중히 해서 후세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라 답했고 둘째는 ‘내 몸을 죽여서 이름을 날리는 것’이라 대답하고 막내는 ‘몸과 명성을 함께 보전하는 것’이라 답했다. 이 세 가지 길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유학에서 나온 것인데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틀렸습니까?”
양자가 답했다. “한 남자가 황하 물가에서 살고 있는데 물에 익숙하고 수영을 잘했기 때문에 뱃사공 노릇을 해서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려 식량을 지참하고 제자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 반수는 물에 빠져죽었고 그 사람들은 원래 수영을 배우러 온 것이지 빠져죽는 걸 배우러 오지는 않았는데 돈 버는 쪽과 목숨을 잃는 쪽으로 나뉘어져 그 이해득실이 아주 다른데 그대들은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나쁘다고 생각하는가”
심도자가 이 말을 듣고 밖으로 나오자 맹손양이 심도자에게 물었다.“당신은 빙 돌려서 질문을 했고 선생님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아서 저는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심도자는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서 양을 잃어버리고(多岐亡羊)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는 갖가지 방법에 빠져서 도를 잃는 것으로 학문의 근본은 모두 동일한데도 그 끝은 이렇게 차이가 나며 근본의 동일함으로 돌아가면 얻고 잃음이 없을 것인데 자네는 선생님의 문하에서 선생님의 도를 배우는데도 선생님이 하신 비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니 슬픈 일이다”했다.
이렇듯 지역 발전이라는 큰 명제를 안고 있는 거의 모든 자치단체장들이 동분서주하는 의중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참모들이 과연 몇이나 되며 자신의 의중을 참모들이 혼란 없이 정확히 판단해 행정력의 낭비를 최소화하도록 하려는 수장의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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