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생 봉사활동, 사회적인 관심 절실하다
[기자수첩] 학생 봉사활동, 사회적인 관심 절실하다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7.07.0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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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000에 봉사활동 갔다가 그냥 왔어. 거기 근무하는 아저씨가 할 일 없다고 그냥 가래”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휴일을 맞아 봉사활동차 모 기관을 방문했다가 그냥 돌아와 투덜거리며 한 말이다.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 얘기다.
학생 봉사활동은 1996년경 교육부의 학생 봉사활동에 관한 지침이 일선 교육청에 시달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1년에 20시간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중 10시간은 교내 자체활동으로 인정해주고 나머지 10시간은 학생 개개인이 개인활동을 통해 이수토록 하고 이수자에게는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 10시간 정도야 어디서,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가능한 일이겠지만 3~4년 전부터 일부 고등학교와 대학 측이 신입생 모집과정에 봉사활동 점수를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중압감은 예전보다 훨씬 커진 게 사실이다.
봉사활동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연간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해야 할 정도라니 “활동 대상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이해할만 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공휴일에 막상 집을 나선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찾을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농어촌지역이 그렇고, 봉사활동에 처음 나서는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가 그렇다.
우리사회에서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관공서,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또 할 수 있는 일도 관공서의 업무보조, 청소 등 허드렛일이 고작이다.
장소에 따라 어디는 가능하고 어디는 불가능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와 어른들의 무관심 때문이라고 표현함이 옳을 것이다.
그것도 관공서에 아는 사람이 있는 학생들은 의무시간을 쉽게 채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태안해양경찰서측이 학생 봉사활동과 연계한 청소년 해양환경도우미 제도를 신설해 학생들로 하여금 연안정화활동, 해변쓰레기 분포조사, 해양오염방지를 위한 각종 캠페인 참여 등 현장체험 위주의 봉사활동이 가능토록 한 점은 학생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우리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교육의 책임이 학교와 교사들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사회와 어른들에게도 있음을 인식케 한다. 학생 봉사활동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차 이 나라와 우리사회를 이끌어 갈 우리의 자녀 또는 조카들이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각급 기관과 사회단체들이 학생 봉사활동 관련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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