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기려거든 상수(常數) 보단 변수(變數)를 줄여라
[데스크 칼럼] 이기려거든 상수(常數) 보단 변수(變數)를 줄여라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7.19 18: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도네시아에 신승을 거두며 예선을 통과했다.
47년만에 우승을 노리고 출정한 한국 축구 베어백호가 그간 한국 축구를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를 또 다시 따지고 말았던 사실이 너무도 딱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조별 리그 첫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하고 다른 팀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서 남은 경기를 치른 것을 제외하고는 최근 어느 대회 할 것 없이 다른 나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려야 하는 딱한 처지였다.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우리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단 승점 1점만 가지고 있었다. 1무 1패로 조 최하위. 1승1무로 최상위를 지킨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FIFA 랭킹에서 한참 뒤지는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에도 승점서 뒤지고 있었다. 설령 우리가 마지막 경기 인도네시아전에서 크게 이긴다고 해도 사우디와 바레인이 서로 무승부를 이룬다면 우리는 속절없이 조 3위로 떨어져 예선 탈락하는 운명에 처할 수 있는 처지였다. 바레인과 1승1무1패로 동률이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마찬가지로 탈락이다.
우리가 비기거나 지면 더 생각할 이유도 없다. 말하자면 승점 3점을 챙겨야 하는 까닭에 우리가 이기는 것을 상수(常數)로 두고 변수(變數)들의 경우들로 예선통과 여부를 맞춰야 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번 12월 대선에서도 경우의 수를 다져야 할 것같다. 편의상 한나라당과 현재 논의 되고있는 반한 범여권 두 주자군으로 나눠볼 때 적어도 그렇다는 것이다.
가령 한나라당으로서는 한달 뒤인 8월 19일 경선대회에서 이명박 예비후보나 박근혜 예비후보가 경선이후에도 서로 갈라서는 것을 배제한 채 어느 한 쪽이 대선후보로 온전히 선출되는 것을 상수로 할 때, 범 여권의 통합작업이 여하히 돌아가느냐가 변수가 될 것 같다.
첫째는 열린우리당내 친노 비노, 중도통합민주당 및 기존 탈당파를 모두 아우른 대통합후 단일주자 선출, 둘째는 통합민주당을 배제한 중통합후 단일주자 선출, 셋째는 제3지대 신당만으로의 후보선출, 넷째는 각 단체 연대에 의한 후보단일화,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도 저도 아닌, 각 단체 다자후보 형성구도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 변수라면 유리한 본선을 치를 공산이 크지만 다른 모든 변수에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들에겐 꼭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는 손학규씨가 아니어도 관계없다. 언제든 단일화만 되면 동력을 일으킬 수 있고, 이미 지난 대선때도 그걸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 여론조사치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본선무대가 차려지면 상황은 또 달리 전개될 것이고, 여론조사결과가 뒤집어지는 일은 항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여실히 증명됐고, 그 이전에 이인제씨도 실은 한 여론조사의 마법에 ‘당했다’는 분석이다.
‘10년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리며 좌파정권 종식을 부르짖는 한나라당으로서는 거센 검증파고를 넘는다고 해도 여전히 상수보다는 종속변수들에 ‘운명’을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딱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범여권에게도 딱한 ‘경우의 수’는 있다.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는 범여권 통합작업이 천신만고끝에 성사된다고 해도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작업이 파행으로 끝나거나, 경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양 후보캠프 사이에 거의 분당(分黨)에 준하는 별거상태에 이르는 변수가 돼야 한다. 그것은 검증공방에 달렸다.
남은 한달 동안 검증의 불길이 사그러들지 않도록 지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문제는 상수보다는 변수에 달린게 정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수는 간단할수록 싸우기 쉽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는 한나라당 보다는 범여권이 변수가 적어 보다 싸움서 유리하다.
축구 경기서는 비기는 것도 종속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정치에서는 비기는 것은 없다.
오로지 승자만이 독식하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의 게임이다. 싸움서 이기려거든 상수보다는 변수를 간단히 해야 한다. 그러고 싸워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