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가 수렁에 빠졌다.
깜짝쇼 하듯이 남북정상회담 한 번 해 보려고 국민들 몰래 해외를 떠돌며 북한과 비밀접촉을 계속 하다가 북한이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 MB정부는 수렁에 빠져 만신창이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직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원칙을 강조해왔다. ‘만남을 위한 만남은 하지 않겠다’,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 ‘정상회담에 대가는 없다’, ‘임기 중 김정일을 한 번도 안 만나도 좋다’, ‘6자 회담이든 남북대화든 북한이 자세를 바꿔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북한이 사과표시를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 간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원칙고수’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북한이 방송을 통해 폭로한 바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 한 번 하자고 청와대 비서관과 국정원과 통일부 간부까지 애걸복걸, 돈 봉투까지 건네며 만나서는 제발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까지 했었다’니!
국민은 대통령으로부터 뒤통수를 되게 얻어맞았다. 너무 호되게 얻어맞아 며칠이 지나도록 어안이 벙벙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국민의 뒤통수를 때린 건 대통령만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 방북에 대해 한 목소리로 질타했었다.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은 “청와대가 밀실 공작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도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는 구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최고의원을 지낸 나경원 의원은 “밀행적 정상회담 추진은 대선용 정치이벤트다. 국내정치용 남북정상회담은 용납될 수 없다” 등등.
17대 국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어록들을 남기며 임기 말의 무분별하고도 원칙 없는 밀실공작적인 남북대화를 규탄했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은지!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욕하면서 배운 건지, 아니면 권력을 잡으면 누구나 다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야욕에 똑같이 사로잡히는 것인지…
문제는 이 정권이 국민 몰래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한 게 이번 한 번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 영결식 때 북한 조문단이 다녀간 후인 2009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임태희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싱가폴까지 날아가서 남북정상회담을 하자고 했었다. 그 다음 달엔 개성에서 국정원과 통일부 간부들이 만났다.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지난해 3월, 천안함 사고가 터지기 직전에도 청와대와 국정원 간부들은 북경에서 다시 만났다.
이어서 터진 천안함 사고.
왜 그때 청와대가 ‘북한의 소행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했는지, 짐작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설마, 설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정상회담을 논의하던 북한이 이런 사고를 쳤겠는가, 설마…, 하는 생각을 왜 안 했겠는가?
우리 정부는 아직도 북한의 속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북한도 우리와 똑같이 ‘합리적인 양심’을 가진 존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이 정권의 실세들이다. 그래서 국민도 한동안은 헷갈렸다.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해서. 일부 야당의원들도 천안함 사고 원인에 대해 무책임한 억지발언들을 쏟아냈다.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못 한 우둔함 때문이었다. 그 우둔함을 다름 아닌, 바로 북한이 정신이 번쩍 들도록 일깨워주었다.
우왕좌왕, 46명의 생때같은 우리 아들들을 시퍼런 바다에 수장시키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11월,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하면서 비로소 심봉사 눈이 확 떠지듯, 모든 국민들로 하여금 진실을 알게 하는 사건이 발생 했다. 이름하여 연평도 포격사건.
그 11월의 사건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 정권은 다시 북한과 마주앉았다. 이번엔 베트남에서. 속도 밸도 없는 정권은 민간인까지 희생시켜 놓고 올 3월, 또다시 말레이시아에서 마주앉았다. 그리고 5월에 북경에서 다시 만났다가 동티가 났다.
총리에게 물었다. 임기 3년 동안 왜 그렇게 6번씩이나 만났느냐고. 그러자 사과를 받기 위해서 만났단다. 국민을 바보로 아나?
사과를 받기 위해 만나서 ‘너희가 생각할 때는 사과가 아니지만, 남한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는 워딩(말)을 해 달라’고 애걸복걸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결국은 국민을 속이겠다는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이 바보인가?
백보를 양보해서 국민이 바보라고 치자. 사과를 받기 위해 만났다면 천안함 사고 이전에는 왜 만났는가? 도무지 이치에도 맞지 않고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답변하는 국무위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억장이 무너진다.
정부와 여당, 심지어 민주당까지 비밀접촉을 폭로한 북한한테 ‘외교적 결례’라며 비난했다. 결국 뒤집어 보면, 정부와 여당, 그리고 민주당은 북한이 외교적 관례를 지키는 양심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발언들을 하는가?
북한은 협상의 귀재들이다. 그들은 파렴치할 정도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지, 예의나 관례같은 형식을 준수하는 예견 가능한 존재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북한을 너무 모른다. 그렇게 당하고도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우리에게 북한의 이번 폭로는 어쩌면 약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성사’라는 백일몽에 빠져 허우적대던 이 정권을 어쩌면 북한이 수렁에서 건져주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정권은 임기 말이 가까워 올수록 남북정상회담의 유혹에 빠지고, 북한은 영악하게도 그걸 놓치지 않고 악용해 먹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의 남북간의 비밀접촉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 그래야 새옹지마(塞翁之馬)라도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내년 12월까지의 계획표가 로드 맵으로 다 만들어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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