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명박 전 시장 낙마한다면
[데스크 칼럼] 이명박 전 시장 낙마한다면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7.07.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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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사상 초유의 당 경선후보에 대한 검증청문회를 끝냈다. 그럼에도 연설회 등 본격 후보경선전에 돌입해야 할 후보들이 여전히 발목잡혀 있다. 검증청문회로 말끔히 씻겨지기 보다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검증 청문회 직후 일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박근혜 예비후보보다는 이명박 예비후보쪽에 보다 많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일반 시청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보다 진솔한 것으로 느꼈던 반면,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의혹들은 여전히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의 감사원 특감 당시의 문답서 공개로 ‘도곡동 땅’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땅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데 대하여 국민들의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이를 다시 부인하다고 해도 이 사실을 들은 세 사람의 증인과 김 회장의 특감 당시 기록만으로도 이 후보가 ‘도곡동 땅’의 주인임은 입증이 된 것이라며 여권에서는 몰아치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은 이밖에도 전국 47곳 친인척 명의 부동산 가운데 은닉되어 있을 이 후보의 차명재산 여부와 취득과정,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 상암동 DMC 특혜분양 의혹 등도 여전히 남아있다. 몇 몇 의혹들에 대해서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있어 그 결과에 따라서는 후보직 사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이명박 후보의 자동 낙마 케이스다. 그쯤되면 한나라당이 이명박 카드를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경선흥행카드로서 써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명박 전 시장은 대운하 등 공약을 거둬들여야 할 때 거둬들이지 못했고, 자신의 재산 축적과정에 대한 고해성사를 해야 할 때 하지 못한 점이 발등을 직는 꼴이다. 뒤늦게 사회헌납 운운은 순서가 잘못됐다.
그런 이유로 만약 이 후보가 중간 낙마를 한다면, 이후 그림은 어떻게 돌아갈까. 그렇게 된다면 이 후보를 지지했던, 한나라 당원들을 비롯해 보수 쪽 지지자들이 온전히 박 후보쪽으로 이동할까. 호사가들에게 이 부분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편에서는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해 박근혜 후보쪽의 지지도가 보다 견실해지고, 살집이 더 붙을 수도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게 된다.
또 박근혜 후보와 달리 이명박 후보는 어떠한 형태로든 대선에 개입하거나 자신이 직접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협상을 결코 낙관할 수 없다.
더욱이 박근혜 후보의 현 지지율은 대략 27~28% 선. 안정권인 45%선까지는 아직도 17~18%정도의 지지도가 더 필요하다. 범여권이 단일화되고 본선무대가 차려지면 이명박 후보 지지도가 분산되어 만만치않은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
반면에 유리하게 전개될 공산도 없지않다. 기왕에 한나라당이 박근혜계와 이명박계로 나눠진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경선 패배후 지지층의 견고함이라는 측면에서 박근혜계와 이명박계는 그 강도가 전혀 다르다. 이 경우 ‘박근혜 승리’시 튕겨져나오는 이명박계는 박근혜계 중심의 한나라당에게 그다지 큰 타격을 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의 후보 선출시 대선 구도는 분명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급속히 흘러갈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낡은 ‘민주화’ 아젠다가 그간 싸움에 능했던 박근혜 후보를 누르기는 쉽지 않은데 대해 그 동안 ‘이명박 죽이기’에만 골몰했던 범여권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후보에겐 ‘박정희 향수’가 있다. 50대의 7할 이상은 박정희 향수를 갖고 있고, 20대 30대는 아예 박정희 독재를 경험하지 못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절대로 범여권이 이길 수 없다는 논리에 귀착한다. 박근혜 후보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누구는 정치가 기본적으로 통합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분열을 전제로 한다. 분열을 하면서 통합하고, 그러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범여권이 애초 분열했다가 다시 대통합의 과정을 반복해나가듯이 말이다.
2007 대선의 불확실성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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