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터법 당분간 병행표기 어떨까?
[데스크 칼럼] 미터법 당분간 병행표기 어떨까?
  • 김수환 부장
  • 승인 2007.07.23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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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가 지난 1일부터 제곱미터(㎡), 킬로그램(kg) 등 법정 계량단위가 아닌 평(坪), 근(斤), 척(尺) 등 비법정 계량단위를 쓰는 기업들을 단속해 처벌키로 하고 위반할 경우 5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단위 혼용에 따른 혼동을 막고 계량의 정확성과 과학적 측정이나 표준화 작업 등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돼 국민들에게 익숙한 단위들을 사용 금지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터법이란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에서 출범한 국제 도량형 기구가 국제단위계의 기초로 선정한 7개의 기본단위(m, kg, sec, mol, cd, K, A)와 2개의 보조단위(rad, sterad)를 사용하는 도량형법이다.
미터법이 있어도 미국과 영국 등은 여전히 자기네 고유의 단위인 영국단위계(feet-pound-second, fps 단위계)를 쓰고 있고 우리 민족도 우리 민족 고유의 신토불이 단위인 척관법을 써 왔다.
산자부는 미 우주선 폭발사고를 미터법 시행 이유의 일례로 들었지만, 미국은 영국단위계와 미터계 사이의 단위 변환을 깜빡한 우주인의 부주의를 문제 삼았을 뿐, 영국단위계를 미터법으로 바꾸지는 않았다.
미터법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엔진의 출력은 hp(마력)에서 w(와트)나 kw(킬로와트)로, 들이의 영국단위인 배럴은 ℓ(리터)로, 열량을 나타내는 cal(칼로리)는 J(줄)로, 온도는 섭씨온도 대신 K(켈빈온도·절대온도)로 고쳐야 하는 등 손댈 곳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터법 사용을 강요하면서 전문 분야별 관습적인 단위에 대한 규제는 소홀히 하고 우리의 척관법만 집중적으로 규제한다면 이는 형평에 맞지 않는다.
오랫동안 사용돼 국민들에게 익숙한 단위들을 사용 금지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정 계량단위 사용을 강제하는 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불만의 요지는 척관법은 우리 전통 단위인데 왜 서구식 기준을 강요하느냐는 것이다.
또 법정 계량단위 사용이 효율적이라고 해도 이를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단위 통일을 통한 사회 효율성 제고라는 명분과 오랜 관행을 바꾸는데 따른 비용과 불편이란 현실 사이에서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산자부의 단속 방침에 대해 아파트 광고에 00평형이라고 쓰는 대신 평이라는 말을 빼고 00형으로 표기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이처럼 국민들이 바뀌는 사용단위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정 기간 병행 표기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당국은 하루 속히 미터법의 적용 범위를 확실하게 규정하고 홍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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