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단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가계 지출에서 먹고 마시는 데 드는 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분석 결과에는 지난 2분기 엥겔계수(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중 식료품 및 비주류(酒類) 음료품 지출 비중)가 13.31%였다. 2분기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액 145조9140억원 가운데 13.31%인 19조4270억원이 식·음료품을 사는 데 쓰였다는 뜻이다. 이는 2001년 3분기 엥겔계수인 13.78%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엥겔계수는 총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수치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이 수치가 높아져 일반적으로 후진국일수록 엥겔계수가 높은 경향이 있다.
집에서 먹고 마시는 데 지출하는 돈의 비중이 커질수록 다른 분야의 소비 여력이 줄어 경제의 전체적인 복리후생에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1970∼1980년대 20∼30%대에 이르던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 12%대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 13%대로 반등했다.
최근의 엥겔계수 상승은 올 들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으로 분석됐다. 2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였지만,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8%로 배를 웃돌았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류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하위 20% 가구의 경우 1분기 3.98%에서 2분기 5.15%로 1.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2.31%에서 2.78%로 0.4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서민층에게 더 컸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소득 증가는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소비지출 중에서 식·음료품비 등 생계비의 비중이 늘어나는 대신 다른 소비생활의 여력이 줄어드니 서민생활은 팍팍해지고 있다.
문제는 물가통제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물가당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만큼 이의 추가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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