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엥겔계수 최고치 갈아치운 살림 팍팍하다
[사설] 엥겔계수 최고치 갈아치운 살림 팍팍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1.07.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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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 지출을 상징하는 엥겔계수의 급격한 상승은 우리 서민가계가 먹고마시는 비중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소비역력이 크게 줄고 채소·과일류 가격 급등과 함께 저소득층 부담 역시 숨막힐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단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으로 가계 지출에서 먹고 마시는 데 드는 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분석 결과에는 지난 2분기 엥겔계수(가계의 국내 소비지출 중 식료품 및 비주류(酒類) 음료품 지출 비중)가 13.31%였다. 2분기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액 145조9140억원 가운데 13.31%인 19조4270억원이 식·음료품을 사는 데 쓰였다는 뜻이다. 이는 2001년 3분기 엥겔계수인 13.78%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엥겔계수는 총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수치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이 수치가 높아져 일반적으로 후진국일수록 엥겔계수가 높은 경향이 있다.
집에서 먹고 마시는 데 지출하는 돈의 비중이 커질수록 다른 분야의 소비 여력이 줄어 경제의 전체적인 복리후생에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1970∼1980년대 20∼30%대에 이르던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 12%대로 하락했지만 금융위기를 겪고 난 지난해부터 13%대로 반등했다.
최근의 엥겔계수 상승은 올 들어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오른 탓으로 분석됐다. 2분기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5.4%였지만, 신선식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8%로 배를 웃돌았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류 지출액이 전체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하위 20% 가구의 경우 1분기 3.98%에서 2분기 5.15%로 1.17%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소득 상위 20% 가구에서는 이 비중이 2.31%에서 2.78%로 0.4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서민층에게 더 컸다는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소득 증가는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체 소비지출 중에서 식·음료품비 등 생계비의 비중이 늘어나는 대신 다른 소비생활의 여력이 줄어드니 서민생활은 팍팍해지고 있다.
문제는 물가통제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물가당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만큼 이의 추가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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