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그녀는 밝았다… 안팎으로 두루두루
성유리, 그녀는 밝았다… 안팎으로 두루두루
드라마 ‘로맨스타운’ 즐겁게 촬영하니 연기력 큰 호평페이스북 통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 사람간 정 중요시 해
  • 【뉴시스】
  • 승인 2011.07.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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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망울은 여전히 수줍다. 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다. 커피컵받침보다 조금 더 큰 얼굴의 그녀는 연기에 관한 어떤 물음에든 진지하게 답한다.
성유리(30)의 말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꺼내는 독백에 가깝다. “매번 긴장되는 것 같아요. 항상 시험대에 오르는 기분이고…. 아직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항상 다른 이유로 받기는 하지만”
KBS 2TV ‘로맨스 타운’은 지난 14일 자체 최고시청률인 14.1%로 막을 내렸다. 주목도는 그리 높지 않았으나 성유리에게는 연기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준 드라마다.
어느 날 100억원 복권에 당첨되는 돈벼락을 맞지만 이를 비밀로 한 채 정겨운(29)네 가정부 일을 계속해 나가는 뚝심있는 가사관리사 ‘노순금’을 열연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당찬 순금이 됐고 그간의 연기력 시비를 잠재웠다.
그럼에도 아쉽다. “더 애착이 갔던 드라마여서 그런지 1회부터 다시 찍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로맨스 타운’은 “즐겁게 뛰어 놀자”가 목표였던 드라마다. “선배 연기자들이 연기를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즐겁게 뛰어 놀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데 그렇지 못해서 항상 아쉬웠습니다”
“테이프에 꽁꽁 묶인 채 정겨운 씨랑 테이프 키스신을 찍을 때는요, 촬영이 길어지면서 (팔목을 가리키며) 나중에 여기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선이 생겼어요. 테이프 안에 거즈를 붙이긴 했는데 말이죠”
극본에 없던 ‘종종 걸음’신이 추가되기에 이르렀다. “감독님이 종종 걸음으로 걷는 걸 보고 ‘딱’이라면서며…. 그런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이 재미있고 신났어요”
자연스럽게 호평이 따랐다. 성유리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연기가 늘었다는 칭찬을 받은 것 같다”며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잠 안 자는 달인’, ‘척추공주’라는 별명도 얻었다. 연기에 몰입하면서 쟁취한 ‘영광의 훈장’이다. “촬영기간 평균 한 두 시간 잤던 것 같아요. 2~3일간 잠 한숨 못자고 찍은 적도 있고…. 촬영장에서 ‘잠 안자는 달인’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제껏 했던 드라마 중에서 잠을 제일 못자고 촬영한 것 같아요”
허리 통증으로 고생도 했다. 만날 녹화장에서 어깨나 허리 언저리를 두드려 ‘척추공주’로 불리기도 했다. 스스로는 “직업병”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식모들이 깜짝 놀라거나 두려움에 떠는 리액션을 많이 찍다 보니 나이를 불문하고 다들 오십견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며 주먹을 쥐고 떠는 시늉을 한다.
성유리는 지난 2002년 SBS TV ‘나쁜 여자들’로 데뷔해 10년째 연기 중이다. 그동안 연기가 더 소중해졌다.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다. 그 시간에 극본이라도 한 줄 더 보고 상대역 배우를 찾아가 연기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한다.
“크게 달라진 점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연기의 소중함을 더 깨달은 것 같아요. 예전엔 ‘이만큼 하면 나 진짜 열심히 한거야’라고 생각했는데 그만큼은 누구나 다 하는 것 같더라구요. 보통 열심히 하는 정도를 뛰어 넘어야 큰 배우, 연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체력, 정신적으로 ‘나 더 이상 못할 것 같아’라는 그 선을 뛰어 넘으려고 노력해요”
‘나쁜 여자들’, ‘천년지애’, ‘황태자의 첫사랑’, ‘눈의 여왕’, ‘쾌도 홍길동’, ‘태양을 삼켜라’ 등 출연작들의 캐릭터를 보면 비주얼 여우 혹은 쾌활한 캔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과감한 선택으로 성장해 왔다. 스크린 데뷔작인 ‘토끼와 리저드’, 독립영화 ‘누나’가 보기들이다.
“사실 저는 남들이 재미있다는 것에 그렇게 재미를 못 느껴요. 남들이 잘 모르는 영화를 찾아서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토끼와 리저드’는 치유라는 메시지가 매우 좋았어요. 분명히 흥행에 성공할 영화는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영혼이라도 치유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하게 됐어요. ‘누나’도 메시지가 회복이에요. 저 스스로 당시 회복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도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성유리는 말을 조리있게 아주 잘한다. “유독 비주류 영화를 선택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두 작품밖에 안 했고 상업영화를 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는 관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보는데 상업영화를 하자면 저에게 흥행코드가 있어야 하잖아요. 저에게 딱 맞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연기자가 아닌 ‘인간’ 성유리 역시 세상과 보다 활발히 소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페이스북 성유리(Yuri Sung)를 통해 4만여 명의 팬들과 만나고 있다. 그 전에는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처럼 실시간도 아니고 적당한 속도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아날로그에 가깝느냐”는 물음에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가훈도 세월이 흐를수록 그 의미를 더해간다. “나이를 먹을수록 일을 하다보면 일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때도 만남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같은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구요”
자신의 경쟁력은 ‘밝은 이미지’라고 본다.
“밝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순금이는 어찌보면 씩씩하지만 메말라 있는 것 같은 어두운 면이 있거든요.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기엔 좀 무리인 것 같은…. 그런데 감독님이 저의 밝은 이미지와 융합되면 조금 더 좋은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저를 선택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 안에 있는 밝음이 저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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