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범여 대통합은 DJ 절규의 또 다른 표현
[데스크 칼럼] 범여 대통합은 DJ 절규의 또 다른 표현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7.2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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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숨에 다 읽기도 숨찬, 무려 11글자에 이르는 당명, 곧 ‘미래창조 대통합민주신당(가칭)’ 창당준비위에 범여권 4개 정파가 모였고, 이를 시발로 올 연말 대선을 치러나갈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여권의 대통합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합은 ‘대선용’ 단막극이지 장편의 드라마는 결코 아닐 거라는 확신이다. 그리고 그 단막극의 총 연출은 김 전 대통령(DJ)이 맡고, 현 대선 주자군은 한낱 무대위의 배우에 불과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그가 올들어 1월에 “양당 체제가 바람직하다”, 3월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 방문 때는 “최소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를 시작으로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올 초부터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범 여권 대선구도에 대한 발언 빈도와 수위가 부쩍 높아지는 가 하면 대선출마자들은 신고식이라도 하듯 김 전 대통령을 찾아왔다. 그 때마다 그는 덕담수준을 넘는 훈수로 대신해 왔다.
지난 5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범 여권) 통합 문제가 지지부진해 답답하다”며 “여권은 단일 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안되면 연합체라도 구성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대선은 해보나마나”라고 했다. 그는 면담 도중 “시간이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 후배들이 자신을 찾아 훈수를 구하며 호남지역에서의 지지기반을 승계받으려는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홍보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자 하는 것을 과히 싫어할 이유가 없지만 실은 김 전 대통령이 더 안달하며 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 대로 시간이 없다. 쉽게 말해 이쪽(범여권)이 갈갈이 나뉜 채 1~2%의 몽당 지지율만으로는 현 야당의 빅2에 무조건 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는 날이면 살아 생전에 보지 못할 비참한 처지에 처하지 말란 보장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국민의 정부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불행중 다행’으로 대북송금 특검만으로 그쳤지만 우파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날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는 얘기다.
적어도 본선 무대위에 범여 단일후보를 세워야 49대 51의 싸움은 아니더라도 45대 55의 싸움은 돼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래야 적절한 시점에 남북대화 폭탄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든 뭐든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그러니 “대통합은 구태정치다”고 외쳐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얄밉고, 저간의 속 사정은 모른 채 버티는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한심스럽기 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박 대표를 압박하겠다고 꺼낸 게 광주, 전남 광역자치단체장의 민주당 탈당 카드였고 그것만으로 안 된다 싶어 꺼낸 카드가 차남 김홍업 의원의 민주당 탈당이었다. 현 민주당이 전략공천해 당선시킨지 불과 3개월만에 탈당케 하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말이다.
이에 앞서 충청권에서 박병석 의원을 중심한 홍재형 의원 등과 최규성, 채수찬 의원 등을 중심한 전북권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카드였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전통 민주당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합을 명분으로 몸통을 키워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치권은 혼란의 연속이다. 합친지 한 달만에 갈라서는 가 하면, 이리 저리 쓸려 다니는 ‘초자’는 물론이고 2선, 3선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대외적으로는 언제나 대통합의 기틀을 다지는 밀알론(論)이다.
사실은 뒤에서 가라는 데로 조종당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대통합은 DJ의 절규의 또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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