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인질사태에 외교실력 총동원 한다지만
[확대경] 인질사태에 외교실력 총동원 한다지만
  • 박희석 사회부장
  • 승인 2007.07.26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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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측 특사가 아프간을 긴급방문한 가운데 인질석방과 관련 인솔목사가 살해됐다는 보도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저항세력은 계속해서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면서 사태의 장기화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은 여전히 함구하고 있어 시기를 놓치면 이번 사태가 국가지도자들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함께 반미감정으로까지 치닫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관건은 아프간 정부를 앞세운 우리측 요구가 탈레반정부를 설득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프간 정부는 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의 석방을 위해 이탈리아 정부의 요청으로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준 적이 있다.
당시 국제사회는 탈레반의 납치를 부채질 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아프간 정부는 1회성 거래(one-time deal)라고 못 박았다.
아프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감수하고 또다시 인질과 수감자를 맞교환하자는 탈레반 측 제안에 동의할 지는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주요국에도 협조를 요청할 일이다. 23명이나 되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정부만 안전을 책임 질 수는 없다. 아프간에서 반정부 활동을 펴고있는 탈레반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우는 극단적인 조직이다. 과거 집권 당시 범죄자에 대해 신체 절단형과 공개 처형을 실시하는 등 공포 정치를 휘둘렀고 바미안 석불같은 인류 문화유산을 우상이라고 하여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인들 보다 하루 전 납치한 독일인 인질 2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 일을 당한 젊은이들도 험한 오지에서 어려운 이들을 돕기위해 위험과 불편을 마다하고 길을 떠난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종교적 열정에 치우쳐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외교통상부는 아프간을 2004년부터 '여행제한 국가로 분류하고 몇달 전 이번 샘물교회의 봉사활동을 도운 한민족복지재단에 방문 자제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선교 활동 자체가 범법행위다. 더구나 아프간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지역이다. 선교나 봉사활동에 앞서 현지사정을 잘 파악하고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에 아프간을 여행금지 국가로 조정한데 이어 무단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에 아프간을 포함시키고 어길 경우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아프간 외에도 오지나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종교단체나 비정부 기구들의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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