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부(貸付)시장에 당근만 줘서야
[데스크 칼럼] 대부(貸付)시장에 당근만 줘서야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7.07.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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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한 민영방송의 드라마 ‘쩐의 전쟁’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의 실상을 다소나마 읽을 수 있었을 터다. 흔히 하는 말로 돈에 씌여 대면 그 결과는 너무도 무섭기까지 한 것을 여러 신을 통해 봤다. 그런데 금리상한을 연49%로 제한하는 재정경제부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방침에 대부업계의 집단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60여 곳의 대부업체가 긴급회의를 열고 “대부업 등록을 집단 반환해 불법 영업으로 전환하자”, “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세상에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을 것 같다.
결국 대부업계는 서민의 고리대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와 사법제도의 권위를 무시하며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돈을 무기 삼아 돈없는 서민들을 옥죄어 오던 타성과 오만을 그대로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아무래도 정부에 그 책임이 없지 않다. 그동안 재경부는 대부시장의 금리인하문제에 조달금리·대출원가 등을 감안한 ‘무늬만’ 금리인하, 불법 대부행위에 솜방망이 단속, 전문성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 관리감독권 이양 같은 당근만 줬다. 서민들 보기에는 참으로 이상한 논리고 정책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등록대부업체가 연평균 168%의 불법 고리영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오냐오냐’식 솜방망이 처벌과 ‘책임 떠넘기기’ 관리감독으로 일관하니, 대부업체가 폭리를 보장한 대부업법마저 지키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그동안 고금리를 보장하며 당근을 주었더니 이제는 고기까지 달라고 떼를 쓰는 격이라고 할까. 그간 많은 대부업계가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피를 짜내듯 폭리를 강요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빚 독촉에 못 이겨 목숨을 끊는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재경부는 당근의 환상에서 깨어나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대부업계의 공권력 무시 발언에 눈치 보기나 반대여론 운운하며 적정수준에서 타협해선 안 된다. 보도에 따르면 한 일본계 대형 대부업체의 경우 2006년에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남겼지만 납세 실적이 없는 계열사도 많았다. 불법성이 다분한 빚 독촉 매뉴얼을 대형업체가 운영 중이라는 폭로도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 차원의 조사가 있다는 소식은 아직 없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들리는 바로는 일본 최대 대부업체 아이후루가 국내 금융시장을 진출할 계획이란 소문이다. 이러다 한국이 고금리 약탈시장화 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게다가 무등록업체는 물론, 등록 대부업체의 고리대와 불법추심 역시 심각한데도 재경부는 대책마련보다 대부시장 수익구조 챙기기로 일관했다.
공권력과 사법제도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부업체 세무조사, 고리대와 불법추심 강력 처벌, 대부 금리상한 대폭인하가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돌지 않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주로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부업계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여 서민들의 원성을 진화해야 한다. 오늘도 어느 업체로부터 온갖 협박을 당하며 업자들의 배불리기에 허덕여야 하는 자영업자가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도 엊그제 금감원은 중대형 대부업체 80여개를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대부업법 위반 여부를 검사한다고 하니 철저하게 검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들 업체들 중에는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여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업자 편들기 같은 인상을 주는 정부는 이제라도 대부업계의 고금리 인하, 카드수수료 인하 등 진정한 서민경제 살리기 정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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