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아오지 못한 ‘항상 최초’ 산악인 박영석 대장
결국 돌아오지 못한 ‘항상 최초’ 산악인 박영석 대장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신루트 개척 도중 실종사고 발생 12일만에 가족과 협의 후 수색 종결
  • 【뉴시스】
  • 승인 2011.10.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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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신루트 개척 도중 실종된 박영석(48·골드윈코리아) 대장 등에 대한 공식 수색 작업이 29일 사고 발생 12일만에 소득 없이 종료됐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이날 현지에서 김재수 대장 등 구조대와 사고대책반으로부터 종합보고를 받고 사고자 가족과 협의해 공식적인 수색 작업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끝내 박영석 대장 일행 3명을 찾지 못함에 따라 이들은 가족 및 산악 관계자들과 함께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이번 등반을 이끌었던 박영석 대장에게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는 1993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세계 최로로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인류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세계 8000m급 14좌,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 모두 등반)을 달성하는 과업을 남겼다.
박 대장은 또 ‘코리안 루트’라는 용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에 앞장 서 왔다.
그는 2009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도 험준하기로 유명한 남서벽에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하며 한국 산악사를 새로 썼다. 에베레스트의 경우 통산 8번을 원정해 각기 다른 루트로 3번 정상에 섰다.
박 대장은 지난 95년 에베레스트(8848m) 최장 능선 도전에 나섰다가 눈사태를 만나 70m 아래로 추락해 셰르파는 죽고 자신은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등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등정에 성공했다.
그동안 히말라야에만 40여 차례 도전장을 내밀어 22번이나 실패를 경험하고 수없이 죽음의 위기에 몰려 동료도 7명이나 잃었지만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래서 산악인 박영석에게는 ‘불도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안나푸르나 역시 지난 1993년에 등반한 경험이 있다. 이번 등반은 기존의 등반루트를 거부한 채 새로운 남벽 루트를 개척하기 위함이었다. 이번 원정은 지난해 안나푸르나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두 번째 도전이었다.
안나푸르나(8091m) 남벽은 에베레스트(8848m) 남서벽, 로체(8516m) 남벽과 더불어 히말라야 3대 남벽으로 꼽힌다. 해발 4200m 지점의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의 표고차가 3891m에 이르는 거벽이다.
직벽 구간을 모두 통과해 안나푸르나에 오르면 세계 최초가 된다. 박 대장은 지난해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했지만 기상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잠시 멈췄던 도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정복에 나서다가 사고를 당했다.
박 대장은 알파인 스타일을 추구한 인물로 평가된다.
알파인 스타일이란 말 그대로 4000m급의 알프스를 오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자신이 직접 나르고 산소기구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93년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한 것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반면 알프스보다 훨씬 높은 히말라야의 8000m급 산을 오를 때는 셰르파들이 짐을 나르고 산소를 사용하며 고정로프를 미리 설치해 이용하는 등 외부인력과 인공장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스폰서의 도움으로 막대한 원정대를 동원하며 시간과 장비의 제한 없이 산을 정복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진정한 산을 오른다는 의미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장은 진정한 알피니스트였다. 이번 안나푸르나 신루트 개척에 알프스를 오를 때도 자급자족적 방법인 알파인 스타일을 고수했다.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 나이 48세인 박 대장은 오산고교 2학년 시절 우연히 한 대학 산악부의 ‘마나슬루 등정’ 환영 퍼레이드를 본 뒤부터 산악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동국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 동국대 산악부에 가입해 산악인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산을 위해 자신의 온 삶을 바쳤고 갖은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굳건하게 그 꿈을 하나씩 이뤄나가며 세계 최고의 알피니스트(등산가)로 등극했다.

◇박영석 대장의 주요 등정 기록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세계 최단 기간 등정(8년2개월)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최다등정(1년간·6개봉) ▲세계 최단기간 무보급 남극점 도달(2004년 1월) ▲북극점 도달(2005년 4월) ▲인류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2005년)

◇14좌 기록
▲1993년 에베레스트(8848m) 무산소 등정 ▲1994년 초오유(8201m) ▲1996년 안나푸르나(8091m) ▲1997년 다울라기리(8167m), 가셔브롬1(8068m), 가셔브롬2(8035m), 초오유(8201m), 로체(8516m) ▲1998년 시샤팡마 중앙봉(8012m), 낭가파르밧(8125m), 마나슬루(8163m) ▲1999년 칸첸중가(8586m), 시샤팡마 중앙봉(8012m) ▲2000년 마칼루(8463m), 브로드픽(8047m), 시샤팡마 주봉(8027m) ▲2001년 로체(8516m), K2(8611m)

◇7대륙 기록
▲1993년 에베레스트(8848m), 엘부르즈(5642m) ▲1994년 매킨리(6195m) ▲1995년 킬리만자로(5963m) ▲2001 코시어스코(2280m) ▲2002년 아콩카구아(6962m), 칼스텐츠(4884m), 빈슨매시프(4897m)

◇3극점 기록
▲1993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8848m) ▲2004년 남극점 원정 (세계 최단기간 무보급 도달) ▲2005년 북극점 원정(인류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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