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예금을 내 돈처럼’ 저축銀 비리백태
‘고객예금을 내 돈처럼’ 저축銀 비리백태
6조원대 불법대출·3조원대 분식회계(부산저축은행)
  • [뉴시스]
  • 승인 2011.11.0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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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한 사상 최악의 금융비리는 서민 금융편의를 위해 설립된 저축은행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왔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됐다.
자본을 앞세워 별다른 검증없이 저축은행 경영진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서민들의 예금을 편취해 왔다.
법 상 금지된 대주주 신용공여, 동일인 대출한도 초과, 차명대출은 기본이었으며 대규모 분식회계를 벌여 자산상태를 속이는 조직적인 금융범죄도 단행했다.
박연호(61)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핵심 임원과 대주주들은 서로 혈연·학연으로 얽혀있는 점을 기화로, 은행 내에서 마구잡이식 대출을 벌여 개인빚 변제, 주식투자, 부동산 구입, 해외 미술품 구입 등에 소비했다.
또 실체가 불분명한 특수목적법인(SPC) 수십개를 세운 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진행 등 명목으로 은행돈 수천억원을 빼내왔다.
대출 과정에서 ‘담보’나 ‘사업성’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본인이 전혀 투자하지 않는 사업임에도 모든 손실은 저축은행이 떠안는 구조로 진행됐으며, 사업 성패와 상관없이 관리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급여를 받아 챙겼다. ‘묻지마’ 대출은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삼화·보해저축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삼화저축은행 신삼길(53) 회장은 별다른 담보없는 상태에서 차명대출을 지시했으며, 회장의 명(命)을 받은 임원들은 실무자들에게 '회장 지시 건'이란 미명으로 대출 신청을 무조건 승인케 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신 회장 개인 곳간에 들어간 돈만 399억원에 달했다.
보해저축은행 오문철(58) 행장은 한국캐피탈 등을 인수하기 위해 무담보로 1100억원을 대출받고, 아는 사람들한테 아무런 심사없이 선심쓰듯 돈을 빌려주는 등 총3454억원을 부실대출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태에서 은행 경영진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만 밝혀진 것이 아니었다. 이들이 고객 예금을 주머니 돈처럼 쓰도록 뒤를 봐주고 눈 감아준 금융감독 당국의 허술한 관리체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 결과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금융감독원 직원과 국세청 공무원들은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감사에서 적발된 비리를 은폐하거나 불법을 비호해 줬다.
특히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감사 자리에 금감원 출신이 '낙하산 인사'로 꿰차고 들어앉은 뒤, 감사는 커녕 범행에 적극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형사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부실 감사, 경영진 불법행위 등을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수사 인력만 133명이 투입됐으며 피조사자 3387명, 기소자 117명에 달하는 등 단일 사건 중 최대 규모의 금융비리 수사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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