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 사람도 노을빛 그리움에 물들다
철새도 사람도 노을빛 그리움에 물들다
서산 천수만… 넉넉한 여유와 생의 활력이 공존하는 ‘삶의 현장’
  • / 송낙인 기자
  • 승인 2011.11.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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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천수만 철새들.
[서산] 동물에게는 ‘회귀성(回歸性)’ 또는 ‘귀소성(歸巢性)’이라 불리는 본능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동물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한다.
어릴 적 친척집에 갔을 때 저녁만 되면 집에 가고 싶은 생각에 울적해하거나 만취한 사람이 비몽사몽의 상태에서도 집을 잘 찾아가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다.
해질녘 서산 천수만에서 둥지를 찾아 돌아가는 수십만 마리의 철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본능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종류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그 많은 새들이 어쩌면 그리도 일사불란하게 자기가 가야할 곳을 찾아 날아드는지…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 한 낱 인간의 한없이 작고 나약함을 느낀다.
바다와 호수, 평야가 어우러진 충남 서산 천수만(淺水灣)은 지난 1984년 충남 서산과 홍성 사이 8㎞구간을 ‘유조선공법’으로 둑을 막으면서 거대한 방조제가 생겨났다.이렇게 해서 생겨난 서산 천수만A·B지구 간척지는 A지구인 동쪽의 간월호지역과 B지구인 서쪽의 부남호지역으로 나뉜다.
비행기로 볍씨와 비료, 농약을 뿌릴 정도로 광활한 논과 호수, 갈대숲이 자리잡고 있다. 그때부터 서산 천수만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최대의 겨울철새 도래지 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곳 서산사람들 인심만큼이나 넓은 천수만 간척지의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논에는 많은 알곡들이 남는다.
유기물이 풍부하고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호수에는 많은 수생 동·식물과 이들을 먹이로 하는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살게 됐고 자연스레 물고기와 나락을 노리는 겨울철새들 역시 이곳으로 날아들게 된 것이다.1억5000여㎡의 넓은 천수만 들판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철새들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해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소식과 함께 다시 북쪽으로 이동한다.
대부분이 시베리아에서 중국을 거쳐오는 철새들로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등 그 종류만 130여종에 이른다. 그 중 가창오리는 전 세계 30만 마리 가운데 20만 마리가 천수만에서 겨울을 난다.
이 외에도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개리 등 천연기념물도 20여종이나 이곳에서 월동한다.
물수리, 황조롱이,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는 물론 흔히 살쾡이로 불리는 삵도 종종 눈에 띄면서 천수만의 건강한 생명력에 기운을 불어넣는다.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의 특성상 해 뜨는 시간이나 해질 무렵이 철새를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석양에 무리를 지어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입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지금도 서산 천수만에는 기러기류와 오리류, 맹금류 등 20만 마리가 철새들이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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