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 칼럼]흑룡이 물고 온 여의주는 지금 어디 있는가?
[충일 칼럼]흑룡이 물고 온 여의주는 지금 어디 있는가?
  •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 승인 2012.01.0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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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임진년, 하면 왠지 임진왜란 생각부터 나서 모골이 송연해진다.
토끼해였던 지난해에는 온 국민의 눈이 새빨개지도록 쉴 새 없이 사건이 터졌었다. 나라 안팎으로 회오리바람까지 불었다. 특히 중동의 모래바람이 아주 심했다. 눈을 뜰 수도 없던 그 모래 바람 속에 독재자들이 차례로 날아갔고, 그 대미는 하얀 토끼를 닮은 새하얀 눈밭 속을 광란의 통곡 속에 김정일이 빠져 나갔다. 7명의 독재자들이 사라진, 실로 역사적인 한 해였다.
그런데 미처 숨 돌릴 틈도 없이 새까만 흑룡이 들어섰다.
용이 나타나면 비바람부터 휘몰아친다는데, 그것도 아주 희귀하고, 어둡고, 사나운 흑룡(黑龍)이라니!
예부터 우리 민족에게 용은 아주 상서로운 동물이었다.
임금님의 얼굴은 ‘용안’, 임금님의 음성은 ‘용음’이라고 해서 임금님을 용으로 표현했고, 주변에도 ‘용(龍)’ 자가 들어간 지명이 지금도 흔하게 남아 있다. ‘용암’, ‘용두동’, ‘백룡동’ 등 용과 관련된 이름이 산이나 동네어귀 곳곳에 붙었고, 부대에도 ‘청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온 국민이 사랑하고 경애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 바로 용이다.
정치권에서도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을 ‘잠룡’이라 부르며 대권도전자로 분류해 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흑룡의 해를 맞으며 자꾸만 불안해하는 걸까? 상서로운 용이 입에 여의주를 물고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보다 용과 함께 휘몰아칠 비바람부터 걱정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의 현실이 너무 고달파서일까?
그러고 보니 올해에는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통치자를 뽑게 된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국민이 선출하든 다른 방식으로 결정되든 간에 대선과 총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3월에 러시아 대선을 시작으로 지정학적 위치상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4대 강국도 모두 대통령과 국가주석, 총리를 새로 뽑게 된다는 점에서 흑룡의 해에 있게 될 용트림 과정과 그 결과도 주요 관심사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 같다.
푸틴도 마찬가지이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이 추운 겨울에도 반(反)푸틴 시위의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러시아의 정치현실로 미루어볼 때 결국 푸틴이 권좌에 오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부정선거를 계기로 타오르기 시작한 러시아 시위대의 기세가 쉽게 주저앉지도 않으리라.
재스민 향기가 중동을 넘어 러시아로 퍼져 나가면 중국도 결코 안녕하지는 못 할 텐데… 반세기동안이나 소수민족을 차별한 대가로 지금까지도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내몽골 지역이나 신장 위구르 지역 또는 티벳 지역만이 문제가 아니다. 개방정책 이후 급격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차별은 이제 농민들의 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가 가장 발전했다는 광동성에서도 농민공들이 대규모로 시위를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아무리 인터넷을 차단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강압적으로 시위를 진압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 놓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중국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쩌민 시대 이후 권력분산정책을 쓰고 있다지만 역부족이다.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 공직을 함께 맡고 있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내 놓을 예정이고 내년에는 국가주석직도 사직할 예정이다. ‘북한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중국 지도자의 변수는 어쩌면 우리에게 미국 대통령보다 더 큰 주요 관심 사항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김정일 사후에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갈수록 태산이지만, 우리가 일본의 정치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바로 북한 때문이기도 한다. 일본 민주당은 전후 처음으로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루어 냈다. 허나 여론지지도는 바닥을 한참 밑돌고 있다. 총리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고, 엄청난 쓰나미와 원전사고를 겪으면서 일본은 점점 국수주의로 돌아서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에겐 설상가상(雪上加霜)이요, 갈 길은 먼 데 날은 저무는 형국이다.
게다가 중동까지 심상치 않다.
핵무기개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전 세계에 엄포를 놓고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전쟁을 피하기 어려우리라. 그러면 세계 5위의 원유수입국인 대한민국의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이웃나라 시리아도 심상치가 않다.
험한 길 한 가닥이 높은 나무에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김정일이 죽자마자 ‘리명박 정권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대해 발악에 가까운 비난 성명을 내 놓았다. 애송이를 국가지도자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부결속이 급선무고, 잘 뭉쳐지지 않는 내부를 결속하려면 외부에 강력한 적을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특효약은 없을 것이다. 17년 전,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똑같은 태도를 보였지 않았던가? 그 이후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험난했음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에는 총선과 대선까지 겹쳐있으니 남남갈등을 극도로 획책하려는 북한의 시도가 어찌 상상의 틀 속에서만 머물겠는가?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린다.
흑룡의 해인 올해 2012년, 임진년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1년이 될 것인가?
흑룡이 물고 온 여의주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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