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학교폭력에 대한 단상(斷想)
[기 고]학교폭력에 대한 단상(斷想)
  • 이성칠 법무부 위치추적대전관제센터장
  • 승인 2012.01.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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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친구들로부터 폭행을 받아 오던 대전의 한 여고생과 대구지역 중학생의 자살로 온 나라가 충격과 분노에 빠져 있다.
학교폭력이 언론의 이슈가 될 때마다 온 사회가 큰일났다며 수선을 피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망각의 늪에 빠지곤 하였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이제 심각하게 치르게 된 것이다.
사실 70~80년대에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업이 그다지 재미있고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시절에도 공부에 시달리며 친구들의 폭력에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과거의 학교폭력이 너 나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던 시절, 가난과 획일적 교육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일탈이 많았던 반면, 요즘의 학교폭력은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부작용과 건전한 놀이문화의 부재, 사회 전반적인 도덕의 붕괴에서 일탈이 싹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최근의 학교폭력이 과거와는 달리 학교 측에만 맡기거나 계도 수준에서 그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데에 있다.
피해자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반인격적인 행동으로 심각한 모멸감을 준다거나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등을 활용하여 교묘한 방식으로 가학적으로 괴롭히며 그것을 집단으로 즐기면서도 자기 행위의 비도덕적, 불법성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는 불감증이 학교폭력 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이 정부와 전문 단체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필자는 최근 일부의 주장처럼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사회의 불필요한 순위 경쟁 교육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 시험마다 순위를 매기고, 대학 입시까지 내신으로 줄 세우기 한 결과가 친구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선생님을 존중할 줄 모르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청소년을 양산한 것이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조차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께 함부로 대하며 욕설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작금의 현실을 학교폭력 해소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젠가 어느 고등학교에서 오전 첫째 수업을 체육활동으로 바꾼 결과 오히려 학습효과가 높아졌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이는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는 넘치는 에너지를 건전하게 발산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해 준다.
불현듯 과거 70~80년대에, 싸움도 학교 간에 벌어지면 전교생이 단결하고 뭉치게 되던 이상한 애교심이 생각이 난다. 전국의 중ㆍ고교생이 1인 1 스포츠 활동에 참가하고 이웃 학교와 지속적 교류전을 가져 본다면 선후배간의 우의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간의 사소한 갈등과 학업에 따른 스트레스가 크게 줄어드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결과적으로 학교폭력은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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