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올 국내 경제성장은 ‘보수적’
[충일논단] 올 국내 경제성장은 ‘보수적’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02.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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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가 가파른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GDP가 전기 대비 0.4%(계절조정) 성장에 그쳐, 2009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내려섰다. 그 구성 내역을 보면 더욱 암담하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내수 경기의 3대 축 모두 감소한 것이다. 경기회복의 견인차 수출 역시 1.5% 감소했는데, 그나마 내수 침체로 인해 수입이 3.1%나 감소하면서 순수출 증대를 통해 플러스의 경제성장을 지탱했다. 올 1분기에도 사정이 나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처럼 경기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외 환경의 악화 때문이다.
얼마 전 IMF는 유럽위기의 장기화에 주목하면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4.0%에서 3.3%로 대폭 낮춘 바 있다.
여기서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물론이고 동유럽이나 중국 등 유럽에 대한 의존성이 큰 신흥시장의 하향조정이 두드러진다.
나아가 IMF는 유럽위기의 새로운 전개, 즉 역내 금융권의 디레버리징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미국의 소버린 리스크, 중국의 경착륙 위험, 이란발 유가 불안 등 하방위험이 상존해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성을 감안할 때, 대외 여건의 악화는 곧바로 국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IMF는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을 4.4%에서 3.5%로 하향조정했다. 통상적으로 대외 불안은 우리나라에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친다.
우선, 금융경로다. 다행히 예전과 같은 심각한 외화유동성 경색은 없었지만, 위험회피 확산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환율 상승, 소비 및 투자 심리의 위축은 내수 경기에 큰 부담이다. 다른 경로는 외수 악화로 국내 수출이 위축되는 실물경로다. 단, 수요 위축은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시세를 떨어뜨리고, 그 결과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내수 경기를 개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환율 상승과 유가 불안으로 인해 이런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게다가 내수와 수출 경기의 동반 악화는 물가 압력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되지만, 역시 환율 및 유가 상승 탓에 그 수혜를 체감하기는 힘들다.
경기위축에다 물가 불안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대외 환경의 악화에 따른 국내 경기 하강이 결국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금융권의 유동성 관리 강화와 맞물려 원리금 상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는 소득 부진에 따른 저소득층 위주의 생계형 차입 및 비은행권 차입 급증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편승한 투기형 차입도 여전히 문제다. 이런 가운데 경기둔화가 소득 흐름의 악화 및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가계부실발 복합불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올해 국내 성장률이 3%대 후반은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3%대 초반, 심지어 2%대 전망도 제기된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정망과 유리된 경제 흐름이 일반화되어 왔다.
그만큼 경기의 예측불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유럽위기의 안화조짐, 미국과 중국 경제의 선반 등 기댈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아직은 경제환경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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