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불신 사회… 선진국 진입 어렵다
[시론]불신 사회… 선진국 진입 어렵다
  • 권기택 부장
  • 승인 2007.02.1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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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 여전히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는 부동산문제, 양극화문제, 노조파업 문제들로 불신의 골만 깊어가고 있다. 부동산정책의 실기와 주택수급 불균형 그리고 잘못된 정책집행으로 이 사회는 모두가 잠재적 투기꾼화 되어가고 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10번의 강도높은 부동산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씨를 진화하지 못했고 등산객들과 사찰은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들은 개혁차원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믿지 못하고, FTA 반대론자들은 정부의 진정성을 불신하고 있다.
정치권은 분당과 탈당사태에 이어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생을 외면한 채 또다시 정권도전에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전히 국회는 파행상태를 지속하고 여야가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정작 해야 할 일들을 내팽겨쳐 놓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지금 사회가 명분을 잃고 있어 이는 국가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곧이어 달이 바뀌면 한미자유무역협정의 타결이 예고되고 있다. 말이 타결이지 다국적 기업을 앞세운 미국은 그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한국을 ‘밥’쯤으로 여기고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추진은 국회조차도 그 세부내용을 모르고 있을 정도라니 국민들은 오죽 하겠는가. 더구나 무려 170여개의 국내법률이 협상타결로 무력화된다고 하니 국가기반의 한 덩어리가 송두리째 열강의 발아래 놓일 것이 자명하다. 이 땅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식인들과 진보적인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번 한미FTA가 국가를 통째로 팔아먹는 처사라고 극단적인 지적까지 하고 있다.
이같은 경계의 목소리는 이번 협약체결조항이 그만큼 국익을 보호하기는 커녕 국가유지의 근간마저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우려가 더 높기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불신의 상황에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분야 곳곳 불신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해왔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이를 믿지 않았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는 2003년 2월 출범 이후 평균 5∼6개월에 1건씩 모두 10건에 이르는 부동산정책을 발표해야 했다.
정부가 최근 1·11 부동산정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방안에 합의한 것도 또 다른 신뢰상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초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기업의 기본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가 여당의 강력한 요청이 지속되자 이를 수용했으며 이는 곧 정부가 ‘원칙’을 버리고 ‘힘’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줬다.
청약제도 또한 대폭으로 바뀌어 그동안 내집마련의 꿈이라도 지녔던 절대다수의 서민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늘 발표되는 대책마다 구호만 요란하지 세부시행규칙이 합리적으로 마련되지 못해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진정성을 믿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설득하지 못한 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별로도 FTA 관련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의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걸핏하면 파업하는 강성노조들의 시위로 가뜩이나 짜증나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이제 ‘탈대응’에 이르고 있다.
아예 무관심으로 가는 사회현상이 이 땅에 새로 멍드는 병리현상이다. 희망과 꿈이 꺽이고 가족의 미래가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곧 ‘절망’의 피폐한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이때문에 노력하는 사람과 공무원들이 왕따되는 사회,그 사회속에 생기는 또다른 병이 ‘우울증’이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제대로된 개혁안을 확정할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이 법규.질서를 제대로 지키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사법분야에서도 불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최근의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테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도 많다. 법원·검찰간의 영장 갈등, 고법 부장판사 연루 법조비리, 대법원장의 수임료와 탈루 논쟁 등으로 사법부가 권위와 믿음을 잃은 것도 이번 테러사건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제안의 진정성을 여러차례 강조했지만 국민은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노 대통령은 급기야 ‘언론의 담합 행태’ 가능성을 언급해 언론과 충돌을 빚었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참여정부 이전에도 심각했지만 그러나 이제는 지도자들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는 국가가 리드하는 시대에서 국민을 이끄는 시대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하고자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가지 않으면 더이상 이 사회가 발전의 틀안에서 ‘희망’을 지닐 수 없게되는 것이다. 그만큼 규제보다는 합리적 규정이 필요하고 그 규정도 모두가 선호하는 방향이라야만 정책의 논리를 바르게 추진해 갈 수 있는 것이다. 현 여당과 참여정부에 대한 불신은 바로 실거에 가려진 절대다수의 삶을 위하는 대안마련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정책마다 새로운 변수가 튀어 나오고 그럴때마다 악순환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국립공원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를 놓고 등산객과 사찰측과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사찰측은 등산로가 사찰 경내이므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등산객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등산만 하는데 왜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사회통합 없이 선진국 도약 어려워= 한국은 6·25전쟁, 급속한 도시화, 권위주의적 근대화 등을 거치면서 상호 불신이 깊어졌으며 근래 들어서는 민주화·탈권위·탈이념의 진전과 함께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때문에 한국이 불신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구성원 상호간의 자발적인 협조와 신뢰가 있어야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결합, 아이디어와 자본의 결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미국의 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내부 신뢰가 없으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혈연·학연·지연의 범위를 넘으면 신뢰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한국사회는 하루 속히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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