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4·11 총선과 불법사찰 논쟁
[충일논단] 4·11 총선과 불법사찰 논쟁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04.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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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이 불과 이틀을 남겨 놓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 지역에서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이 벌어지고 변수로 등장하는 새 바람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이 일으킨 소음과 뿌연 먼지 때문이다.
모 방송의 새 노조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달 29일 현정권의 불법 사찰 증거라며 2619건의 문건을 폭로한 이후 언론에서 선거 기사는 불법 사찰 논란 기사에 앞자리를 내줬다.
‘3년 간 민간인 무차별 사찰’, ‘폭로 문건의 80%는 전 정부 때 만들어진 것’, ‘대통령 하야’ … 여야의 폭로와 반격 과정에서 동원된 온갖 살벌한 용어들이 가득 찬 기사들로 머리가 어지러워진 유권자의 눈에 선거 정책 공약이니 판세 분석이니 하는 기사가 제대로 들어올까. 이런 북새통에 자기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찾아보려는 의지를 가질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총선이 정파들에 의해 과도하게 당리당략적 싸움으로 변질되면서 ‘지역과 국민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다는 국회의원 선거 본연의 기능은 실종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이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것은 12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파든 총선에서 크게 밀릴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여야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총선에 임하는 기본 인식이 이럴진대 일꾼을 뽑는 선거는 처음부터 설 자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폭로는 이뤄졌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은 진흙 밭을 구르며 생사를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럼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있을까.
방대한 불법 사찰 의혹 문건이 공개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치명상을 입었다. 불법 사찰은 정권이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뒤를 파고 위협한,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정권 차원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현정권이 없앴던 사찰 조직을 촛불 파동 이후 총리실에 다시 설치하고 활동하도록 한 것은 목적성과 의도성을 분명히 의심케 한다.
더욱이 청와대는 관련 비서관과 행정관이 구속까지 됐는데도 사과와 진실 규명 등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은커녕 “폭로 문건의 80%는 전 정권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만 나쁜 게 아니다’는 식의 이런 태도는 국민들에게 후안무치하다는 인상만 줄 뿐이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이 이 싸움에서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30일 현정권의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하는 자리에 참여정부 때 경찰에 의해 만들어진 문건을 증거라며 가지고 나오는 촌극을 벌였다.
참여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 때도 민간인 사찰 의혹이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무서운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국정원 직원 고모 씨가 2006년 서울시장을 퇴임한 이명박 대통령의 주변 인물 131명의 재산 흐름을 뒤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민들은 민주당이 불법 사찰 의혹을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 앞뒤 분간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번 일은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여야는 해결책을 두고도 다투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총선 이후 국회 청문회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진실 규명을 하겠다는 진정성만 있다면 방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각 정파가 가지고 있는 전·현 정권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하고 정권의 입김이 닿지 않는 특별수사본부를 한시적으로 설치해 사실을 규명하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다.
그전에 여야는 승자가 없는 ‘진흙밭 싸움’을 중단하고 총선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틀 후면 국민들의 서슬 퍼런 심판이 내려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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