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총선 망국론
[충일논단] 총선 망국론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12.04.11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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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를 들여다 보면 한국사회의 미래가 보인다. 여야정치권의 의석수 확보여부나 총선참여율을 보면 이같은 미래사회의 기상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여야 정치권 모두 선거기간 중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유는 다르다. 새누리당은 ‘여당에 표를 주어야 국정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당은 ‘민생을 망친 현 정부와 여당을 막으려면 야당에 힘이 모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역정당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민심의 투표온도차는 극명하게 다르다. 유권자들은 ‘누구냐’가 아니라 ‘어떻게’를 요구하고 있다.
네가 못났으니 재가 되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과 누가 우리를 편하게 해 줄것이냐의 유권자 욕구에 대한 다른 온도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야가 많은 지역에서 박빙이 큰 것은 이번 선거를 운영하는 여야정당들의 정당경영방식에서 나타난 차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은 한마디로 오너경영자로 선거를 치렀다. 반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CEO 즉 경영사장’으로 선거를 치렀다. 자유선진당은 당연 ‘동업경영으로 두명의 사장’체제로 선거를 치렀다.
이때 조직의 가장 큰 결속력과 함께 힘을 발휘하는 경우는 당연 새누리당의 오너경영방식이다. 선거 개표 결과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 여당이며 집권당이었던 한나라당이 국정을 망가뜨려 놓고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당쇄신을 기치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 위원장은 변화의 의미로 당 이름과 정강정책까지 새로 만들어 단 두 달만에 선거를 치웠다. 전권을 쥔 새누리당이 그들의 선거를 일사분란하게 치룬 것은 이런 오너경영의 힘을 다시한번 입중한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며 초기 전 의석을 독식할 것같았던 민주통합당은 단 두개의 악재로 지지선을 많이 잃으면서 오히려 여당심판이 아니라 야당심판이라는 수세로 역전당했다.
이런 원인은 방어적 결단이 필요한 최고경영자(한명숙 대표)의 결정권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박근혜에 대비해 훨씬 약화된 결정권때문에 눈 뜨고 당해야 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이 점이 경영사장의 한계다. 당연 민주통합당은 당내 막강한 영향을 가진 계파들의 집합체라는 것이 응집력을 떨어뜨렸다. 더우기 통합진보당의 입김도 한 몫했다.
자유선진당 역시 마찬가지다. 패인을 지적한 전문가들의 원인분석도 공통적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거대 정당들의 틈새를 지키지 못했고 상대적 명분을 뺏긴데다 심대평 현 대표의 지역구 출마 그리고 이회창 전 총재의 배제가 결정적 패인이다.
이 점이 공동경영시스템의 최대 약점이다. 단 두개의 계파충돌로 자충수(비례추천)로 중요한 한 축인 이 전 총재의 이탈,그리고 당대표인 자신이 지역구에 묶인 사이 다른 정당들의 세불리기에 힘을 쓰지 못했다. 막판들어 지역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이것이 18대 의석의 절반수준에 머무른 자유선진당의 종말이다.
민주통합당이 나꼼수 김용민 후보 막말파문으로 수세에 몰려 민간인 탄압 등 초유의 호재를 살리지 못해 많은 지지를 잃은 것처럼 거대 정당들의 세에 밀리면 틈새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자유선진당의 공동경영시스템 붕괴가 몰락의 결정적 패인이다.
국회 자체로 놓고 보면 이번 총선결과 3권분립하에서의 입법권에 대한 왜곡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대선 전초전으로 치뤄진 이번 선거라는 점에서 총선후 곧바로 이어질 대선에 대한 영향력하에 국회의원들이 선출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들은 마치 대선후보를 위한 전사처럼 조합되다보니 자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도로 짜여진다는 것이다. 즉, 새누리당의 박근혜맨으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이는 제대로 된 독립적 목소리를 낼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마찬가지다. 계파의 대표성때문에 대선후보에 철저히 매달린 형국이 되면서 역시 새누리당과 다름없는 독립권 상실이 우려된다.
예상보다 높지않은 투표율은 국민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은 탓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석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오너경영의 카리스마가 가져 온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이들을 좋아서 뽑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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