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5월 가정의 달을 생각한다
[충일논단] 5월 가정의 달을 생각한다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04.2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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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5월을 맞는다.
‘계절의 여왕’ 답게 푸르름은 하루가 다르게 대지를 색칠하고 있다.
연중 행사가운데 삶의 의미를 담은 날을 손꼽아보면 5월만큼 풍성한 달은 없다.
‘세계 가정의 날’도 이 달에 속한다
UN에서는 1994년을 ‘세계 가정의 해’로 정하고 매년 5월15일을 ‘세계 가정의 날’로 지정하여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도록 하고 있다.
UN은 세계적으로 사회문제가 되는 현안에 대해 공공과 민간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그 동안 여성과 빈곤, 인구, 환경 등에 관련한 기념일을 지정해 왔다. 말만 들어도 왠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던 가정이 현대사회에 와서 전 세계가 힘을 합해 대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문제로 지정된 것이다.
언제인가 뉴스에서는 3명의 어린아이들이 공중화장실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관할구역 복지사에 따르면 이들의 경우 부모가 있어 아동시설이나 공공시설에 입소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 아이들처럼 우리 사회에서 방치되어 있는 아동이 무려 1만5000명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정해체, 부모의 실직으로 인한 빈곤가정, 고령화·저출산 등 이러한 모든 문제가 가정의 사회문제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인다는 점에서 학자들은 전통적 사회위기와 구분하여 이를 ‘신사회위기’로 규정한다. 가정과 관련된 문제가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나 다양성, 그리고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신사회위기는 위기의 규모가 훨씬 크고 그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어 과거에 규정했던 ‘정상’의 기준과도 경계가 모호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신사회위기는 특정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계층에 걸쳐 나타나면서 근대산업사회의 근간인 가족과 개인의 일상생활 기반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과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가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이행 등 거시적 사회변화와 맞물리면서 사회적으로 새로운 구조적 위기를 생성해 낸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비공식적 영역에서 복지역할을 담당하였던 가정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면서 노인이나 아동, 장애인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의존적 가족원들이 기본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한 돌봄의 기능은 가족, 특히 여성들이 담당해 왔지만 이미 여성경제활동참여율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일방적인 여성의 책임으로 남겨둘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여성의 인적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고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가정의 돌봄기능은 이제 우리 사회가 함께 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만큼 사회복지정책도 소득과 질병중심의 전통적 복지정책의 한계를 벗어나 사회적 돌봄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배제를 감소시키고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사회투자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정의 위기가 특정계층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만큼 사회투자정책은 서민과 중산층 모두를 포괄하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보편적 복지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미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회투자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마냥 푸르른 5월처럼 우리사회의 모든 가정이 희망을 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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