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DJ 가 ‘전직 대통령’ 아닌‘노회한 정치꾼’ 취급받는 이유
[데스크 칼럼] DJ 가 ‘전직 대통령’ 아닌‘노회한 정치꾼’ 취급받는 이유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7.08.26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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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직 대통령이라고 하는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꼴이 말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이라 국가 원로로서 예우 받고, 각급 지도자들에게 추앙받는 자리에 있기 보다는 이리 저리 뭇매나 맞는 모습이 가히 딱하기까지 하다.
한때 민주 투사로서, 독재에 맞선 민주화의 화신으로서 민중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그이지만 지금의 그를 보는 순간, 그러한 민족적, 국가적 ‘자산’이 되고 후세에 귀감이 되기 보다는 권모술수의 전형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은둔의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 동지’와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술잔 돌리는 모습들의 순수성이 퇴색하고, 존경대신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얼마 전 그렇게 경고했음에도 범여권 ‘자칭’ 지도자들의 예방을 줄줄이 받는 자리에서 “시간이 없다. 빨리 대통합하라”는 그럴듯한 말로 정통 민주당을 유린하더니 엊그제는 “대통합을 할 때 우리당이 책임지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은 했어야 했다”고 했다니 쓴웃음을 자아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도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계속 받고싶은 건지, 노회(老會)한 정치꾼의 취급이나 받고자 하는 건지 알 길이 없다.
나라나 정당은 왜곡되더라도 나는 이 정권과 이후 정권의 보호 속에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더 이상 경칠 일 없이 ‘무탈’하게 보내야지 하는 얕은 술수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말한 ‘사과했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국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민주신당과 합당 과정에서 분당과 특검문제를 사과했어야 했다는 의미인데, 자가당착이다.
그의 말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인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우선 분당(分黨) 당시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비겁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분당이 자못 되었다면 민주당 중심으로 다시 통합을 얘기했어야 원칙에 맞고 사리에 맞는게 아닌가 싶다.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과정에선 오히려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된 차남 김홍업 의원을 탈당시켜 김 전 대통령 자신이 사실상 민주당 파괴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대북송금문제도 DJ 정부가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비밀송금을 하여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았고, 마치 부정한 돈으로 정상회담을 산 꼴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순수성을 의심받고 정략이나 비리 의혹만 남겼고, 그 결과 휘하의 박지원씨 등이 옥고를 치르는 한편, 남북관계 진전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는 비판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대북송금 특검, 안기부 X파일 등의 경우 범여권 내에서 그 처리 방향의 적절성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대체로 이들은 이제 와서 공개적으로 사과할 사안이기 보다는 밝힐걸 밝혔다는 것이 주류아닌가.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신기남, 신국환 의원 등 범여 대선후보들이 잇따라 돌팔매질을 가하고 나선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일부 주자들의 DJ 때리기가 다분히 정략적인 면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그의 집권하에서 두 차례 장관을 지낸 한 후보가 ‘다음 총선서 신안-무안에서 같이 출마해 붙어봅시다’는 식으로 뭇매를 가하는 것도 역시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일 게다.
민족적 자산이 이렇게 없어서야 부끄러운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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