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스승을 보는 우리 교육의 현실
[충일논단] 스승을 보는 우리 교육의 현실
  • 박해용 경제부장
  • 승인 2012.06.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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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 지나가고 있지만 교육현실이 달라진 풍속도 때문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스승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자는 취지에서 지정된 날이 스승의 날이지만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찼고 그림자마저 절대 밟으면 안 된다며 신성시했던 스승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일 년에 단 하루뿐인 기념일을 맞아서도 스승을 섬기려는 분위기가 그러나 올해는 사뭇 달라져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날이 부담스러워 학교가 휴업하는 곳이 많아졌고 스승의 날을 별도로 기념하지 않은 학교도 부지기수다.
특히 올해엔 사회적 이슈가 된 학교폭력에 묻혀 스승의 날은 존재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학교폭력은 도를 넘어섰고 교권은 땅에 떨어졌다. 꾸짖는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일이 더 잦아졌다. 스승의 날을 맞아 되돌아본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스승은 제자를 위한 헌신의 상징처럼 대우돼 왔던 사회적 풍토가 사그라지면서 존재감이 정체성 훼손으로 밀려와 이제 교사의 사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교직의 만족과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이 81.0%로 나타났다. 앞선 2009년에는 55.3%로 절반을 조금 넘었으나 2010년 64.3%, 2011년 79.5%로 4년 연속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교원들은 교직만족도가 낮아진 원인으로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29.8%),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21.1%), ‘학생교과지도 및 잡무의 어려움’(14.0%) 등을 꼽았다.
특히 명예퇴직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으로 응답한 비율이 94.9%로 압도적이었고, 교육환경 변화로는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을 꼽은 비율이 7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금 우리 학교는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폭력문제가 불거지면서 수동적으로 지시만 따라가는 등 자기 방어적이 되는 교사들도 늘어난다고 한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사라지고 월급쟁이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가 생겼기 때문에 학생들이 포악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학교 폭력도 상당부분 교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교사의 사명감은 학생을 바르게 가르칠 의무를 달리 표현한 것일 터이다. 선생님의 한마디 격려와 칭찬이 학생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르쳐야 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민주시민의 인성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결국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일은 스승의 몫이다.
더구나 폭력이라는 이름이 학교에 들어서면서 교사들의 자율성은 더욱 없어졌다. 예방에 앞서 본연의 업무까지 침해받아 늘 보고서를 써야하고 잡무에 시달리는 직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사라진 학교풍토에 바뀐 초라한 자화상만을 남기게 하고 있다.
교사의 자긍심과 권위를 살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교권확립은 공교육 회생의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을 포함한 각 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스승이 학교를 떠나도 잡지 못하는 정부가 우리 정부다. 그렇다고 새로운 스승을 우대하는 정책도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바로 우리 교육당국이다.
자치라는 이름으로 분산된 교육의 힘은 공교육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민선으로 등장한 교육감의 힘으로 학교에서 만들어진 제도가 뒤섞이고 정체성 훼손이 커지면서 학교가 변질되고 있다.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환경이 인격권을 상실한 지금의 학교다. 지식의 힘은 사설학원에 빼앗기고 교사의 권위는 혼돈으로 가득찬 학교내에서는 텅 빈 책상머리에서 외쳐야 한다.
학교가 스승을 담아두지 못하는 공간이 되면서 스승이 떠나는 학교엔 교육붕괴를 걱정하는 메아리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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