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보훈처 창설이 주는 우리의 전환 자세
[기고] 국가보훈처 창설이 주는 우리의 전환 자세
  • 김정윤 홍성보훈지청 보훈과장
  • 승인 2012.08.01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8월 5일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신 국민들을 보살피고 그 희생을 기리는 기능을 총괄하는 ‘국가보훈처’가 정부 내에 설치된 지 51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가보훈처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휴전 후에 전쟁피해와 후유증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던 1961년에 보건사회부와 국방부 등 정부 내에 흩어져 있던 보훈(당시에는 ‘원호’)업무를 통합하여 설치되었던 ‘군사원호청’이 그 효시이다.
5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으로 치자면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공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知天命)’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국가보훈처의 기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라는 정치체제를 갖춘 사회에서는 항상 있어왔던 것이니 우리나라에서 보훈의 역사가 딱히 51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할 일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보훈 51년을 돌이켜 볼 때 반성의 차원에서 생각해볼 부분이 적지 않고 아울러 급격하게 변화하는 국내외의 환경을 고려하면 이제는 지나온 반세기를 발판으로 나머지 반세기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정말 창설 51주년을 맞는 국가보훈처가 ‘하늘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 고민해야 할 정책과제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대한민국 핵심가치의 전승(傳承)이다. 흔히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우리 역사의 질곡을 직접 몸으로 겪은 세대들은 현재의 부조리와 모순에 대해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지켜온 나라인데!’라는 한탄과 함께 진심어린 우려를 많이 하신다. 거기에는 바로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자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망각하고 세상만사를 재단하는 시각과 세대(generation)에 대한 경계심이 담겨 있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경구의 의미를 우리는 한동안 잊고 있다가 최근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기억에서 되살려낸지도 그리 오래지 않다. 우리나라의 이런 현실을 위기라고 진단한다면 기우일까?
이제는 정말 좌든 우든 자신에게 그렇게 소중한 가치 ‘자유, 민주, 평등’을 위해서는 주장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다해야 할 기본적 덕목, 즉 ‘나라사랑’의 이행이 우선임을 보훈이라는 주제 속에서 다양한 시민교육을 통해 증명하고 가르쳐야 할 때라고 본다.
둘째, 남은 반세기의 보훈은 정치화된 보훈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나를 대신하여 희생한 타인에 대해 공동체가 진 빚을 갚는다는 차원에서 생활속의 보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나온 51년의 보훈은 명분에 둘러싸여 특혜와 자격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컬하게도 보훈의 정체성과 순수성이 무너지면서 국민들로부터 보상과 지원의 우선순위마저도 의심받아 온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의 보훈이 더더욱 생활속의 보훈이 되어야 할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가 선진화되면서 보훈과 복지의 경계 또한 흐려지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따라서 과거와는 달리 보훈을 통한 보상과 지원을 논할 때 일반적 복지와의 관계 속에서 중첩되지 않는 분야에서만 재정지원의 타당성을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보훈을 통한 정신적 가치의 신장 외에 물질적 지원 영역은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 유발된 본인의 직접적인 사회적 기회의 상실을 공동체가 보전해주는 수준으로 바뀔 것이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이러한 복지인지 보상인지 하는 모호한 국가보훈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으로 구분해 국가가 책임 져야 할 부분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이다.
아울러 정부 각 부처의 위상은 국가에 대한 역할로 결정 할 문제이지만 국가보훈처 만은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체적 역할로 보아 그 위상이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