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제개편안 핵심이 없다
[사설] 세제개편안 핵심이 없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08.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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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이것저것 갖다 붙인 누더기로 보기만 요란할 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 키워드로 예상됐던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이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된 것.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정부는 올해들어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때문에 이번 개정안에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관련 내용이 제외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는 브리핑이 끝난 후 “질문이 나올 것 같아 준비해온 자문자답을 할까 한다.”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과 ‘종교인 과세’가 세제개편안에서 빠진 배경을 자진해 설명했다.
박 장관은 “세수 중립성을 유지하며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려면 비과세 감면제도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그런데 큰 정치일정을 앞둔 정기국회에서 비과세 감면 대폭 정비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종착역을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생각했지만 이번 정부에서 몇년 뒤의 조세제도에 대한 안까지 내는 것이 다소 무리 아닌가 하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임기 종료를 앞둔 이명박 정부가 다음 정부에서 운용될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에 나서는 것이 ‘무리수’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여야는 앞다퉈 ‘부자증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애초 박 장관이 생각했던 것은 ‘감세’였다는 점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이 빠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은 현행 ‘3억원 초과’인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현행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수준으로 내리고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높여 연간 1조원을 더 걷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38%가 적용되는 기준을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1조2000억원을 더 걷는 안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지난 3월 “인플레이션에 따라 과표구간을 상향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의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과표 구간을 전체적으로 올릴 경우 현행 42%가량인 면세자가 50%로 늘어난다는 반론이 있다.”고 말해 ‘1200만원 이하’인 최저선의 과표는 그대로 두고 ‘1200만원 초과’ 과표 구간만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한표가 아쉬운 대선에서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종교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은 사실상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는 방증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기 종료를 앞둔 현 정부가 ‘종교인 과세’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세율 조정’ 등 동력이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세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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