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8·15 광복절을 생각하다
[충일논단] 8·15 광복절을 생각하다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08.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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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은 ‘잃어 버렸던 국권을 다시 찾았다’는 말이다. 박물관에서 ‘광복’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박물관 중 잃어버린 국권을 주제로 삼은 박물관은 많다. 식민지 과정 동안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전시하는 곳은 많다.
그러나 왜 잃어버렸으며, 광복 뒤 다시 찾은 국권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박물관은 거의 없다. 독립기념관이 광복의 기쁨을 전시하는 곳인가 생각해 보면, 딱히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독립기념관은 식민지 경험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과거의 기억을 재현하는 곳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 박물관에서는 식민지를 경험한 다른 나라나 제국주의 침략을 자행한 침략국의 입장을 살펴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우리 민족’이다. 우리 민족도 한반도 전체가 아니라 ‘반쪽짜리 우리 민족’이다.
독립기념관은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을 위한 투쟁과 저항을 그리고 있다.
일본국가와 한국국가의 대립과 갈등, 끊임없는 작은 전쟁, 독립전쟁을 보여준다. 개개인이 나라를 잃었을 때 느꼈을 혼란과 아픔을 느끼기는 어렵다.
나라가 없다는 것,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일상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런 사람들이 했던 것이 전시된다면 ‘나도 그건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실천해 볼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일본에 협조하지 않는 행동일 것 같다.
강한 나라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분명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그런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것을 감수해 내는 용기, 그것이 우리 같은 소시민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친일한 사람들은 왜,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까를 생각할 수 있는 전시가 있다면,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이고, 그래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안고 나올 것 같다.
박물관의 전시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것이다. 상품의 진열장이 아닌 것이다. 과거의 기억을 통해 오늘을 살펴보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 기억은 우리만의 기억이나 그들만의 기억이 아니라, 당시 ‘시대의 기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왜?”를 위한 질문을 통해 전개되어야 한다. 왜 우리는 과거를 보아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그런 과거를 겪었는가? 왜 우리는 그런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는가?를 찾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독립기념관에는 우리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일본인, 그들이 왜 우리에게 그렇게 했었는지 보기는 어렵다. 우리의 깊은 슬픔과 아픔을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만을 보다 보면, ‘그들’을 놓칠 수 있다. 그들이 ‘왜? 그랬을까?’를 살펴보지 못한다면, 우리도 어느 순간 그들과 같은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어디인가?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독립기념관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넘어서서, 우리가 ‘하지 못한 일’이 무엇인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장소’여야 한다.
해마다 광복은 찾아 올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국들의 진정한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 제국주의와 식민지는 다른 형태로 지금도 작동되고 있다. 그 현실을 볼 수 있는 ‘신호’들을 박물관이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2012년 8월. 올해로 67주년을 맞는 광복절은 진정한 자유로부터의 광복을 맞을 준비를 하자. 진정한 자유란 마음으로부터 오는 평안이다. 성경은 분명 말씀하셨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모든 사람에게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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