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안지역 독립운동사 연구와 선양사업의 편중문제 ‘심각’
[기고] 천안지역 독립운동사 연구와 선양사업의 편중문제 ‘심각’
  •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 승인 2012.08.1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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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사에 대한 조사 연구와 애국선열들에 대한 선양사업은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통치로 와해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한민족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이후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우리 국토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고, 항일독립운동이 1910년대와 1920년대에 집중되어 일어나는 바람에 항일독립운동사가 편파적으로 편중되어 조사 연구되고 있고, 애국선열들에 대한 선양사업이 특정인에 집중되어 심각하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요즈음에는 개방화되고 민주화되어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독립운동가들도 많이 조사 연구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 이데올로기로 확고히 자리 잡는 바람에 민족주의 계열의 항일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조사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연구의 형평성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지역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독립투사 중심으로 조사 연구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독립운동사가 본의 아니게 왜곡 기술되는 경우도 있었다.
천안지역의 경우, 항일독립운동사에 대한 조사 연구는 향토사학자인 민병달·고 이원표·임명순·신상구·박충순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많다. 민병달·고 이원표는 천안지역 독립운동사를 전반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단행본인 ‘천안 독립운동사’(천안문화원, 1995)를 저술했고, 박충순과 임명순은 유관순 열사의 생애와 업적을 조사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했으며, 신상구는 이백화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조사 연구하여 논문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이정은 저, ‘불꽃같은 삶, 영원한 꽃’(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2004), 장종현·박은화·김주찬 공저인 ‘3·1운동의 배꽃 유관순’(세종학연구원, 2011) 등이 발간되어 천안독립운동사 정립에 많이 기여했다.
천안시가 유관순 열사를 기리기 위해 유관순 생가를 복원하고, 유관순 사우와 유관순 체육관을 건립하며, 동상을 세우는가 하면, 유관순 엠블럼(emblem)을 만들고, 봉화제를 개최하는 등 유관순 열사 선양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는 유관순 열사의 항일독립운동 공적사항을 교과서에 게재하고, 독립기념관에 전시하는가 하면, 해마다 3·1절이 돌아오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유관순 열사를 크게 보도하여 유관순 열사는 이미 한국독립운사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다. 그리고 천안시가 이동녕 선생 생가를 복원하고 동남구문화원이 이동녕 선생의 전기를 만화책으로 발간하여 이동녕 선생도 이제 전국적으로 비교적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1919년 4월 1일 유관순 열사를 지도하고 도와 아우내 장터 항일독립만세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유관순 열사의 숙부인 유중권 선생, 김구응 목사, 조인원 선생, 이백하 선생 등과 항일독립운동가로 대한민국 건국에 크게 공헌한 조병옥 박사에 대한 선양사업과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아 아직도 그분들은 유관순 열사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중권·김구응·조인원 선생에 대한 조사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조병옥 박사와 이백하 선생에 대한 조사 연구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다행히도 최근 동남구문화원에서 조병옥 박사 전기를 만화책으로 발간하여 보급하고 조병옥 박사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전국에 방영되어 조병옥 박사도 이제는 비교적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백하 선생도 향토사학자인 신상구 박사가 ‘이백하 선생의 생애와 업적’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여 한국학중앙연구원장상을 받고 이백하 선생의 업적을 신문과 방송에 여러 차례 보도하여 이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천안 중앙시장 3·3독립만세운동을 사회적 사실주의(social realism)에 입각해 생동감 있게 기록한 이기영 선생이 월북하는 바람에 조사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그 실체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항일독립운동사 연구와 선양사업을 균형 있게 하여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기의 소중한 목숨을 바치고서도 역사의 뒤안길로 그냥 사라져 가는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당국이 정책적 배려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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