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가계부채 부실 막을 대안 시급하다
[충일논단] 가계부채 부실 막을 대안 시급하다
  • 고일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08.1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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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80만명에 이르는 ‘불량 대출자’가 쏟아진 것은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징조라는 점에서 이를 줄일 수 있는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상과 부실의 경계에 선 한계 대출자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부실 대출자로 주저앉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스스로 유지하고 있는 안전망이 붕괴되고 있다는 뜻이어서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불량대출자가 더 늘어날 확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현상이 방치될 경우 대출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부실 양상은 경제적 상위계층보다 하위계층에서 훨씬 심각한 부실의 양극화 양상도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 조차 정부의 대응이 이미 한발 늦었으며 더 허송세월하면 강력범죄와 이혼이 급증하는 등 사회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에 나타나는 불량률은 100명 중 5명꼴이고 다중채무와도 연관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량대상들이 부채상환에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16일 대출자 1667만6000명의 불량률을 공개했다. 불량률은 최근 1년간 채무 불이행으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되거나 3개월 넘게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대출자 비율이다. 한 해 동안 새로 ‘불량 딱지’가 붙은 대출자는 79만7000명이다. 100명 가운데 5명꼴로 부실차주가 된 셈이다.
가계대출의 불량률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지난해 말과 비교해 평균 불량률은 4.67%에서 4.78%로 상승했다. 이런 불량 대출자는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대출자인 다중 채무자와 밀접히 관련됐다고 신용정보회사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대출자 6만2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금융회사 여러 곳에 빚을 질수록 대출자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률이 훌쩍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 1곳에 빚을 지면 부담률은 18%지만 3곳(23%), 5곳(25%), 7곳 이상(28%) 등 다중 채무가 쌓일수록 부담이 커져 불량이 될 확률이 커진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대출 부실에 영향을 주는데 6개월 정도 걸린다는 분석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경제성장률이 본격적으로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된 만큼 불량대출은 앞으로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국은 은행들이 이에 대비 충당금을 더 쌓고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토록 하겠다는 조치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률 정비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불량대출의 또 다른 문제가 소득수준이나 신용도에 따른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는 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불량대상들은 사실상 부채상환에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인데 사실상 생계위협을 느끼는 단계까지 이른 상황이라면 단순히 불량정리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재 고소득자가 많은 신용도 상위등급은 불량이 거의 생기지 않아 1등급 0.09%, 2등급 0.14%, 3등급 0.25%, 4등급 0.48% 등으로 불량률이 1%를 밑돈다. 그러나 저소득자가 분포한 신용도 하위등급으로 가면 불량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7등급 7.97%, 8등급 20.30%, 9등급 26.69%, 10등급 45.90%다. 7~10등급의 평균 불량률은 약 18%에 이른다.
상위등급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불량률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하위등급은 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런 위험경고는 우리 정부가 정부 늑장대응을 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이 굼뜬 것도 불량 대출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출자 이자부담을 줄이려고 나섰지만, 금융회사를 압박하는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아니라 금융회사의 건전성만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규모를 관리하려다 보니 대출이 늘지 않고, 그 결과 상환 능력이 약한 저소득층부터 부실이 드러나는 ‘역(逆) 유동성 효과’도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원인 중에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진 게 문제의 출발점이다. 고용, 소득 등 거시경제정책이 실패한 탓이라는 얘기다.
해고와 은퇴가 늘자 생계형 자영업자가 초과 공급됐고, 영업이 부진하자 집을 담보로 맡겨 생활비를 빌렸지만 갚을 길은 막막해졌다. 취업자 2400만명에서 대기업 직원(100만명), 공공기관 종사자(130만명), 안정적 자영업자(200만명)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소득이 적거나 불안정한 상태다.
보증금은 보장 받더라도 경기악화로 소비가 주라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자영업자의 경우 비싼 권리금은 회수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늘고 있고 버티자니 적자가 커지는 악순환이 확대되고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구나 앞으로 저성장 기조가 지속해 저소득층의 대출 불량 문제도 커질 것이고 이로인해 범죄와 이혼 등 사회불안 현상이 증가할 가능성도 커진 상태다.
정부가 보다 세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당장은 의료서비스, 레저ㆍ여가산업 등 내수를 진작시키는 게 해법이고 이를 위해서는 규제가 풀어져야 한다.
불황기의 소비촉진책만이 가로막힌 난제를 풀 대안인 셈이다.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수렁의 골이 깊어질 우려마저 나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 이상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즉시 착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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