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성본능에 과학이 뒤따르지 못한다
[충일논단] 성본능에 과학이 뒤따르지 못한다
  • 박해용 부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08.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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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를 전자발찌로 통제하려는 제도적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이같은 범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위치추적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를 찬 채로 빈집에 침입,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발찌의 효용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발찌 도입 이후 성폭력 전과자의 동종 재범률이 줄어들었지만, 위치추적기에 불과한 전자발찌만으로는 재범을 막기에 근본적 한계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치추적과 함께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감독 등 원활한 시스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함에도 관찰대상자 수에 비해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가 만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인력 확충과 법무부-경찰 공조 강화, 발찌 부착자 치유 프로그램 운영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논란이 된 성관련 범죄는 그러나 인간의 성적인 본능에 기초하고 있어 단순한 제도적 장치로 얼마나 성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인간의 성적인 분야는 매우 본능적인 것에 기초하고 있을 만큼 복잡성과 깊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윈의 학설에 감명 받아 신경증 환자들의 꿈이나 무의식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본능이 성욕이며 이것에 의해 인간의 모든 행동이 좌우된다고 결론될 만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기와 행동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 직후부터 인간은 성적인 본능인 리비도를 엄마를 통해 충족시킨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했었다.
리비도는 정신분석학 용어로 성본능(性本能)·성충동(性衝動)을 뜻하는 것인데 이 말은 보통 말하는 성욕, 다시 말해서 성기(性器)와 성기의 접합을 바라는 욕망과는 다른 넓은 개념이다.
S.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사춘기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서서히 발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본능은 구순기(口脣期)·항문기(肛門期)를 통해 발달하다가 5세경 절정에 이른 후, 억압을 받아 잠재기에 이르고, 사춘기에 다시 성욕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리비도는, 중도에서 발달이 중지되기도 하고[固着], 완전히 발달했다가 거꾸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다[退行]. 이상성욕(동성애 등)이나 신경증(神經症)이 이에 속한다.
또 리비도는 대상에 주입(注入)되어 축적되는데, 이러한 리비도를 대상(對象) 리비도라고 한다. 우정, 부자간의 정, 연애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자아(自我)에게 주입된 리비도를 자아 리비도 또는 나르시시즘적 리비도라 한다. 자기의 건강상태를 이상스러울 정도로 걱정하는 상태, 말하자면 심기증(心氣症) 같은 것이 그것이다.
리비도가 충족되기를 바라다가 충족되지 않을 때는 불안으로 변한다. 또한 리비도는 승화되어 정신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프로이트는 처음에 리비도를 자기보존 본능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나중에는 이 둘을 결합, 에로스(영원의 결합을 구하는 본능)라고 하여 죽음의 본능, 즉 삶을 파괴하려는 본능과 대립시켰다.
문제는 다른 관점인 사회학습적 관점이다.
사회에서 학습하게 된 성역할을 통해 성 정체감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의 사회화이론을 통하면 사회화학습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부모, 선생님(교사), 매스미디어이며 이러한 순으로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그들을 통해 체험한 결과로 그 반응이 지속되는 것을 학습이라고 한다. 일단 부모를 통해서 가정에서 남, 녀의 성역할 차이를 학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의 학습에 가장 좋은 방법은 보상과 처벌, 즉 강화라는 방법이다.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보상)을 한다거나 처벌을 함으로써 발생확률을 높이거나 행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부모를 통해 남자아이가 남성다운 행동을 여자아이가 여성다운 행동을 하게 되면 칭찬을 받게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역할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성적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이같은 성범죄는 이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제도로 만들어 관리하는데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규제보다 훨씬 차원이 깊다는 것인데 이런 점이 성범죄자를 물리적으로 관리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든 것이다.
한국에서의 전자발찌는 2007년 성폭력범의 위치추적과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통해 재범을 억제하고자 도입됐다.
법무부는 서울과 대전 두 곳에 관제센터를 운영하는데 각 센터에서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전자발찌 부착자의 위치를 24시간 추적한다.
부착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발찌와 휴대용 추적장치의 이격으로 센터 감응범위에서 멀어지면 경보를 발령, 전국 56개 보호관찰소의 전담 관찰관이 조치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부착자별로 정해진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거나 어린이집, 학교 등 접근제한 구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감지되는 경우에도 경보가 내려진다.
문제는 전자발찌를 통해서는 관찰 대상자의 위치정보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성폭행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지난 20일 이웃 동네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은 전자발찌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피의자는 자신의 집에서 불과 1km 떨어진 피해자의 집에서 범행을 저질렀으나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피의자가 이웃 동네 골목길을 활보하다가 자녀를 유치원 통학차량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느라 현관문을 잠그지 않은 피해자의 집에 유유히 들어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자신의 주거지에 있더라도 전자발찌로는 ‘3차원적 위치 파악’이 어려워 범행이 발생했을 때 경보가 울리지 않는 한계도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5층에 사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어린이를 아파트 옥상이나 지하로 유인해 범행을 저질러도 관제센터에는 부착자가 자기 아파트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
전문가들은 우선 전자발찌가 만능이라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기계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제도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계 당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대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리되는 시스템이라면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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