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정부가 재조사해야
[사설]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정부가 재조사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2.08.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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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로, 반독재 투쟁가로 파란 많은 삶을 살았던 고 장준하 선생이 타살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재조사해 달라는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의문사를 공식적으로 규명하는 기구마저도 타살여부를 밝히지 못한 부분이 이번 장 선갱의 이장과정에서 다시 불거진 것이다.
파주시 광탄면 나사렛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된 장 선생의 유골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에 조성 중인 ‘장준하 공원’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귀 뒷부분에 지름 6㎝가량 뻥 뚫린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검시에 참여한 전문의는 이것이 ‘인위적 상처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장 선생이 의문사한 지 실로 37년 만의 일이다. 그가 1975년 8월17일 경기 포천 약사봉을 올랐다가 하산하던 중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될 당시부터 타살 의혹이 제기됐지만 서둘러 매장됐다.
검찰은 실족에 의한 단순 추락사라는 결론을 내렸고,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검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의 죽음이 37년 동안 ‘의문사’로 남아있었던 것은 군사독재·10월유신이라는 엄혹한 시대가 1차적 원인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 기간 37번 체포되고 9번 투옥되며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그가 사망하자 부인은 군사독재 아래서 사인이 제대로 밝혀질 리 없다며 부검에 반대했다. 1993년 문민정부에서 민주당이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공론화했으나 역시 결정적 증거가 안 나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내리면서도 “과거 수사 결과는 대단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떠밀려 37년 만에야 처음 검시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인위적인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 함몰 흔적이 나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부터라도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가 나서 고인에 대한 정밀 유골감식 등을 통한 사인 규명과 생존목격자 재조사, 중앙정보부 등 정부기관의 개입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과거 정권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듯 미온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다가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이미 민주당은 당 차원의 의문사 조사위를 구성해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도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된다. 박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장 선생의 부인 김희숙 씨를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한 적이 있다. 그것이 진심이라면 장 선생의 의문사에 관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
이것 역시 흘러간 과거사라고 치부해버리면 끝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 미래와 촘촘히 연결돼 있다. 왜곡된 사실을 밝히는 것이 진실이라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장준하 선생의 문제가 결코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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