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분노 치유책 시급하다
[사설] 사회분노 치유책 시급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08.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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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칼부림과 성범죄의 급증 등 우리 사회가 매우 불안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달 들어 잇따라 일어난 범행들의 공통점은 피의자가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노동 소외계층이고, 경찰에 붙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어서 원인처방이 시급하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도 전형적인 ‘자포자기형 분노 범죄’였다. 전 직장동료 2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아무개(30)씨가 이날 범죄를 저지른 뒤 도망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전 직장에서의 극심한 경쟁과 갈등, 그에 따른 퇴사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일자리와 관련이 있다. 일용직 노동자인 강아무개(39)씨는 당시 폭우가 내려 일거리가 없자 아침부터 혼자 술을 마셨다. 이후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여주인과 술집에 들어오던 손님을 흉기로 찔렀고, 도망쳐 들어간 고아무개(65)씨 집에서도 흉기를 휘둘러 고씨를 숨지게 하고 고씨의 아내와 아들에게 부상을 입혔다.
게다가일 서울에서 가정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서아무개(42)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서씨는 범행현장에서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서씨는 경찰에서 “‘잡히면 교도소에 가고, 안 잡히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전철 1호선 의정부역 승강장과 전동차 안에서 유아무개(39·구속)씨가 흉기를 휘둘렀다. 유씨는 자신이 전동차에서 침을 뱉었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은 10대 2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반 승객들에게도 흉기 난동을 벌여 모두 8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런 자포자기형 범죄가 잇따르는 이유로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이 지목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높은 실업률과 그에 따르는 경제적 압박, 가계부채 문제, 대인관계가 경쟁적·적대적·갈등적으로 돌아가는 등 심각한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밀리거나 실패한 사람들이 사회 전체를 적으로 보고 불만과 분노를 축적하는 환경적 조건이 갖춰졌고 이런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는 것은 ‘죽여버리겠다’거나 ‘언젠가는 내가 터뜨리겠다’는 잠재적 시한폭탄과 같은 분노를 가진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다 보니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박탈되는 상황이 생겻으며 하위 10%에 속하는 사람들과 특히 금방 출소하거나 취직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회적 분노가 있는 것도 문제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 역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정부의 기득권 옹호 경향에 대한 분노가 커진 한국에서 그가 강조한 ‘참여’, ‘원칙’, ‘상식’ 등이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은 결과라고 외국의 유력언론이 분석한 것도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노동 소외층의 무차별 범죄는 2008년 일본의 ‘아키하바라 칼부림 사건’으로 상징된다. 도쿄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역 부근 네거리에서 가토 도모히로(당시 25살)가 2톤 트럭을 몰아 보행자를 치고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하차해 등산용 칼을 일대 행인들에게 무차별로 휘두른 사건이다. 10~70대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어 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경찰이 나서서 물리적으로 강화한다고 해결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만큼 분노조절이 안되는 한국사회에서의 조절기능을 서둘러야 하는 책임도 현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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