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이 양산한 ‘묻지마 범죄’ 안전망 시급
[사설] 불황이 양산한 ‘묻지마 범죄’ 안전망 시급
  • 충남일보
  • 승인 2012.08.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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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묻지마 범죄’는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과 소득저하라는 사회·경제적 원인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경제적으로 소외된 ‘신용불량자’들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어 앞으로 묻지마식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는 인간관계가 해체되고 사회 전체에 대한 분노가 쌓여 사회적 낙오자들이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이들이 재기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묻지마식 범죄의 이면을 보면 갈수록 악화하는 암울한 경제상황과 맞닿아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김모(30)씨는 실적저하와 직장동료와의 불화로 직장을 그만둔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4000만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신용불량자인 것이 걸림돌이 돼 취업에 실패하고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전 직장 직원 중 자신을 험담한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고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역에서 공업용 커터 칼로 불특정 다수를 공격한 유모(39)씨는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일용직 근로자였다. 또 21일 수원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죽이고 4명을 다치게 한 강모(38)씨는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7년을 복역한 뒤 출소해 막노동하며 살았다.
사회적으로는 고립되고 경제적으로는 한계 상황에 내몰린 이들이 자신의 분노를 사회 전체 혹은 불특정 다수에 돌리는 묻지마 범죄까지 저지른 것이다. 결국 길어지는 불황 속에서 고용사정 악화와 이에 따른 채무 증가가 최근 발생한 강력사건의 바탕이 된 셈이다.
26일 한국은행,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34만6027명으로 전년 말보다 13.1% 늘었다. 실업급여 수급액도 3053억9700만원으로 19.2% 증가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지난 3월 채무불이행 신규발생지수가 20.80으로 지난해(16.83)보다 24% 급등한 것으로 집계했다. 신용등급 최하위층인 10등급에 속하는 사람 수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지난 5월 40만4648명으로 전년 말(38만6242명)보다 1만8000명 이상 많아졌다.
전문가들은 불황기에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리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적 행위로 표출하는 묻지마식 범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경제가 안 좋으면 묻지마식의 범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직자가 늘고 취업에 여러 번 실패해 생활고가 심해지면 분노가 쌓이고 그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구조 탓으로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묻지마식 범죄는 불황이나 실직과 같은 등 경제적 원인과도 관련이 깊어 갈수록 자본주의 체제가 공고해지고 경쟁은 심화하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지닌 낙오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들을 보듬는 정책필요가 꾸준히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우발적 범행은 29만9543건에서 38만9195건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무려 44만8420건이 발생했다.
세계적인 불황이 실물로 전이돼 국내 경제 역시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묻지마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면 사 내가 원하는 게 이뤄지지 않아도 과정의 중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사회가 이런 과정의 중요성을 등한시한다면서 소통을 위해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해야 하고 살아야 할 가치도 줘야 한다.
사회의 관심도 필요하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이상징후를 느낄 수 있을 것인 만큼 문제를 안은 사람이 상담이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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