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늘어만 가는 엽기적 폭력
[충일논단] 늘어만 가는 엽기적 폭력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2.09.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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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살 난 어린이를 이불에 싼 채로 납치해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의정부 지하철역에서 30대 남성이 공업용 칼을 휘둘러 행인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틀 뒤 20일 서울 광진구의 주택가에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
21일 수원 장안구에선 30대 남성이 성폭행 미수 뒤 인근 주택에 침입해 칼부림으로 1명을 살해하고 4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다음날 서울 여의도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로 전 직장동료와 행인 등 4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는 최근부터 지난달 22일 사이에 벌어져 우리사회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던 강력 범죄 목록이다. 우리의 정치공동체 대한민국이 이대로 좋은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살인, 강도, 성폭행, 방화 등의 강력 범죄 발생건수는 2000년 1만3806건에서 2010년 2만5771건으로 늘어났다. 10년 새 86.6%나 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2007년만 해도 강력 범죄 발생건수는 1만5973건으로 7년 전인 2000년에 비해 15.7%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 10년 새 늘어났던 강력 범죄 증가율 86.6%의 대부분(70.9%)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늘어났던 것이다.
도대체 그 3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2008년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금융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고, 세계적 경제위기의 여파에도 이명박 정부가 감세와 규제완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던 해였다. 그로 인해, 이후 우리사회는 양극화와 민생불안이 더욱 심해졌고 금방이라도 터질 풍선 같은 처지가 되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000년 13명에서 2010년 31명으로 10년 새 2.3배나 늘어난 것과 내용적으로 동일 선상에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약 3만7000명에 이르는 강력 범죄의 우범자들을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검찰도 강력 범죄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기 위한 보호수용제 도입 검토와 함께 강화된 구형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권침해의 소지를 최소화한다면 장차 이러한 조치들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고 실행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2005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5.6명으로 세계 최고였다.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각각 0.7과 0.9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2.2로 높았지만, 미국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미국은 강력한 처벌 위주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범죄율과 수감률이 세계 최고다. 이건 우리의 길이 아니다. 근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국가의 길이 그것이다.
최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구태정치가 묻지마 살인행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병든 토양에서 병든 식물이 자란다.”며 병든 토양을 개선하지 못한 집권여당을 비난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어이가 없다.
양당 모두는 지난 15년에 걸쳐 우리나라를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불안사회, 위험사회로 구조화시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장만능국가라는 병든 토양으로 인해 절망하고 분노한 사람들이 자살과 범죄의 대열에 합류하고,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장만능국가를 넘어 복지국가로 가는 게 시대정신이고, 강력 범죄에 대한 근원적 해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의 혁신과 복지국가 정당정치가 요구된다.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지혜를 모아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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