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기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 장희석 교수 부경대 토목공학과
  • 승인 2012.09.06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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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에 국제학회가 있어서 동료 몇 사람과 함께 갔었다.
낮 시간 동안에 영어로 발표를 하고 또한 다른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을 열심히 들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 저녁 무렵이 가까워지면서 모두가 무척이나 피곤해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같이 온 동료들과 저녁을 겸해 술 한 잔 하러 나가기로 했다.
식당 가게 앞에 일본 돈으로 표시되어 있는 음식 가격에 환율을 곱해서 대략 우리 돈으로 환산해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몇 군데 기웃거리다가 겨우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외국에 나와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와 상대방 나라의 경제, 문화 등을 비교하게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선진국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접하였고, 또한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을 통하여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이제는 선진국형 스포츠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발표를 하신지라, 저절로 그쪽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갔다. 과연 우리나라도 선진국인가?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도로 사정과 여행 여건 등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뿌듯한 자부심이 솟아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소득이 2만 불 이상으로 된 지가 제법 되었고, 지구상에서 어려울 때 원조를 받았던 나라 중에서 드물게 거꾸로 원조를 해 주는 나라가 되었다고들 하지도 않는가.
그런데 그 자리에 함께했던 그 누구도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다’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모두가 갖는 것 같았다.
그때 일행 중에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백범 김구선생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치 않으며, 또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하셨다고.
순간적으로 번쩍 우리나라도 선진국인가에 대한 해답이 떠올랐다. 선진국으로 인정받으려면 문화 수준도 같이 덩달아 올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식당을 나와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 한 잔 더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공부했던 후배가 일본 사람들이 선호하는 맥주들을 설명해 주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다 마시고 일어서기에 앞서 종업원이 가지고 온 계산서를 그 후배가 잠시 보더니 뭔가 계산에 착오가 있었는지 맥주 집 종업원과 약간의 말다툼을 하였다. 일본에서는 부가가치세를 5% 받는다고 하는데 부가가치세를 더하여 아무리 이리 저리 맞추어 봐도 종업원이 갖고 온 계산서 가격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종업원이 손님들이 한국 사람들이라서 아마 가격을 잘 모를 것이고 따라서 우리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우리나라와는 전연 딴판이 벌어졌다. 맥주집 주인과 그 종업원이 함께 나오더니 크게 사과를 한 후에 주인이 우리 모두가 마셨던 맥주 값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은 공짜로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때 그 후배가 간단히 이야기를 해 줬다. 일본사회에서는 이런 것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술이 약간은 취한 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 이런 모습들 하나하나가 일본을 선진국이라고 불러 주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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