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스 선택 기준, 더욱 엄격해야
[기고] 뉴스 선택 기준, 더욱 엄격해야
  • 김선진 교수 경성대 디지털미디어 전공
  • 승인 2012.09.10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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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 뉴스에서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매우 검증하기 어렵고 다분히 가십성이 높은 주장이 마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인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일반 대중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손가락 길이가 스타 숭배 경향과 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해당 뉴스는 세종대 허 모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검지가 긴 여학생은 연예인 스타를 좋아하는 성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서울 시내 중학생 106명을 대상으로 약지와 검지의 손가락 비율을 측정하면서 얼마나 스타를 좋아하는지를 함께 설문 조사했다고 한다.
손가락 길이와 성 호르몬의 관계 연구는 원래 영국 센트럴 랭커셔 대학 심리학과 존 매닝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약지와 검지의 손가락 길이 비율이 성 호르몬의 양과 관계가 있다는 이론이다.
허 교수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연구 대상의 표본 선정부터 타당성이 부족하다.
‘서울 시내’라는 지역과 ‘중학생’이란 계층은 무엇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 가설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타 선호 경향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대상이다. 따라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조군(예를 들어 서울 시내가 아닌 지방 대학생이나 일반인 대상)을 연구 대상에 포함해 비교해야 한다. 대조군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면 손가락 길이와 스타 숭배 경향의 상관성은 신뢰할 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허 교수의 주장이 바탕에 두고 있는 매닝 교수 이론은 생물학적 요인(손가락 길이와 성 호르몬의 양)에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허 교수의 연구는 관계성을 임의대로 심리적 요인(스타 숭배 경향)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연구기준을 요한다.
심리적 요인은 무엇보다 다양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회적 연구로 신뢰성 있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일관성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반복적인 검증과정을 포함시켰어야 하고 연구방법 설계, 표본 선정의 크기, 통계 해석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양적 연구의 대표적 수단인 통계적 연구방법은 사회과학 분야에 적용할 경우 결과 해석의 적용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그것이 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상관계수가 나왔다는 의미(r>0.5)에 불과하다. 만약 학생들의 키나 몸무게를 조사해 스타 숭배경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얼마든지 관계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허 교수의 연구 결과는 마치 큰 발은 도둑놈발이라는 말을 두고 큰 발 가진 사람은 도둑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부족한 연구를 전문가들의 해석 없이 그대로 뉴스화하는 것은 언론의 공신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언론의 권위가 위협 받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는 요즘 언론사의 뉴스에 대한 선택 기준이 이전보다 더욱 엄격하고 세심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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