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범죄인 처우의 두 가지 시선
[기고] 범죄인 처우의 두 가지 시선
  • 이성칠 위치추적대전관제센터장
  • 승인 2012.09.11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한동안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더니 최근에는 성폭력 관련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여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성범죄로 깊은 상처를 입은 어린이와 운명을 달리한 여성과 그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당장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아무데서나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오갈 수 없는 사회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다행히 최근 성폭력 관련 범죄를 없애기 위해 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머지않아 경찰과 전자발찌 관련 인력 증원, 성범죄자 신상공개,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많은 역량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늦은 감은 있지만 사회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성범죄를 비롯한 우리사회의 강력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최근 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력 사건의 주범인 고모씨를 비롯한 많은 범죄자들은 한결같이 올바른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했고, 안정된 직장이 없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성도착증 같은 이상성격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올바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로 사회의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범죄인들이 최소한의 삶조차 영위하기 어려운 범죄 유발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성폭력 범죄나 아동유괴 등 잔인한 범죄자들에게는 지금보다 강화된 처벌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범죄회피적 환경을 조성하는데도 관심을 가지고 많은 재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부모 형제에게까지 외면 받아 저녁에 쉴 수 있는 잠자리가 없고 굶주린 상태에서 거리를 배회하는 교도소 출소자를 내버려 두면서 범죄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범죄 없는 세상이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천진난만한 어린이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는 반인륜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범죄인의 형량을 높이고 우범자에 대한 국가의 감시감독을 더욱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전자발찌 피부착자를 비롯한 범죄인들이 희망을 잃고 삶을 포기한 채 또다시 범죄로 내몰리지는 않도록 우리사회가 이들에게 최소한의 배려와 격려를 나누어 주었으면 한다.
범죄인들이 밉고 이들의 죄도 밉지만, 우리사회가 이들과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공동체이기에 인내심을 갖고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